취업만 하면 학자금 대출 금세 갚을 줄 알았는데…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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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후 학자금 상환 연체금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을 찾은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상담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연체금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을 찾은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상담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에서 대학 졸업 후 원룸촌에서 살고 있는 김 모(27) 씨는 졸업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취업 준비 중이다. 부모님이 등록금을 지원해 준 첫 학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등록금을 대기 위해 야금야금 빌린 대출액만 약 500만 원. 김 씨는 “취업 후 상환이 가능해 납부를 미루고 있지만, 하루빨리 취업해 대출금을 갚고 싶다”고 말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연체 급증

부산 체납 금액 5년 만에 4배


취업해도 소득 적고 곧바로 퇴직

고용불안 여전해 상환 여력 없어

취업난 반영 ‘악성채무’ 늘어

올해 중소기업에 취업한 최 모(25) 씨는 국세청으로부터 ‘취업 후 학자금대출 의무상환 사전 안내’를 받았다. 월급을 받고 있어 자발적으로 상환할 수도 있지만 내년 의무상환까지 기다릴 예정이다. 최 씨는 “취직만 하면 대출 갚는 데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는데 월급은 적고 나갈 곳은 많아 상환을 최대한 미루려 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학생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1인당 연 150만~200만 원가량 등록금·생활비 대출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부산·울산·경남의 경기침체와 취업난으로 인해 대학 다닐 때 등록금을 빌린 청년들이 취업 후에도 학자금 상환을 제때 못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취업을 하거나 장사를 해도 소득이 너무 적거나,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등 고용불안으로 인해 소득이 생겨도 갚지 못하는 것이다.


3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취업후 학자금(ICL)’ 의무상환 대상자는 전국에 18만 4975명, 금액은 2129억 원이다. 대학에 다닐 때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학자금을 빌린 청년들은 졸업 후 근로소득이나 종합소득, 양도소득, 상속·증여 등 소득이 생기면 이를 갚아야 한다.

하지만 청년들은 소득이 생겨 의무상환액이 생겨도, 소득이 여전히 너무 적거나 이직 등으로 인해 학자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졸업 후 3년이 지나도록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가족의 소득을 근거로 상환 의무 고지를 받고서도 납부하지 못한 경우도 체납자로 분류된다.

체납액이 발생하면 국세청은 고지서를 발송한다. 그래도 안 내면 압류 등 정리를 하게 돼 있지만 압류조치까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후에도 남은 금액은 미정리체납액으로 분류하는데 이 금액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부산의 경우 2014년에 434명, 3억 8700만 원이던 미정리체납이 지난해에는 1294명 15억 7900만 원으로 인원은 3배가량 늘었고 금액은 4배가 넘게 증가했다. 울산과 경남도 비슷하다. 특히 경남은 2014년 283명, 2억 440만 원이던 미정리체납이 지난해에는 900명, 10억 200만 원으로 급증했다.

미정리체납액은 고지서를 발부해서 안 낸 체납액에서 정리실적을 뺀 것으로, 쉽게 말하면 ‘악성채무’다. 이 같은 채무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하고 살기가 어렵다는 증거다.

김덕준·이상배 기자 casiopea@busan.com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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