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앞 건설사 ‘알박기’ 펜스 해운대구청은 ‘모르쇠’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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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타는 민원, 나몰라라 불통행정]

부산 해운대 일대 사유지에 출입 통제 펜스를 설치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엘시티 공원과 맞닿은 보행로에 펜스가 설치돼 시민 불편을 낳고 있다. 부산 해운대 일대 사유지에 출입 통제 펜스를 설치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엘시티 공원과 맞닿은 보행로에 펜스가 설치돼 시민 불편을 낳고 있다.

속보=‘해리단길 알박기 사태’(부산일보 2일 자 10면 등 보도)에 이어 해수욕장 펜스까지 등장해 부산 제1의 관광명소 ‘해운대 브랜드’가 추락하고 있다. 그러나 관할 구청은 ‘사유지라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청과 엘시티 PFV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부산지역 A건설사 측이 엘시티(LCT) 소공원 앞 200㎡ 정도 부지에 사유지임을 알리는 펜스를 설치했다. 이 펜스에는 ‘본 부지는 사유지로 일체의 출입을 금지한다. 무단출입 및 경계 훼손 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이 부지는 엘시티 아파트동과 100m 거리 이내에 있고, 엘시티 복합상가 앞에 조성된 공원과 맞붙어 있다.


엘시티 소공원 앞 200㎡ 부지

소유자가 출입금지 경고문

해수욕장 보행 큰 불편 초래

부산 대표 관광지 경관 훼손

구 관계자 “사유지라 방법 없어”


해리단길 펜스는 철거 논의 중



하지만 이 펜스는 ‘알박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해운대 랜드마크로 부상한 엘시티 동별 사용승인, 입주 시작에 맞춰 설치됐기 때문이다. 특히 펜스 위치가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과 맞닿아 있어, 시민의 불편을 담보로 사적 이익을 취하려 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부산 해운대 일대 사유지에 출입 통제 펜스를 설치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10월 말 ‘해리단길’ 유명 식당 앞에 가슴 높이의 펜스가 설치됐다. 부산 해운대 일대 사유지에 출입 통제 펜스를 설치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10월 말 ‘해리단길’ 유명 식당 앞에 가슴 높이의 펜스가 설치됐다.

펜스가 설치된 부지는 그동안 해운대해수욕장 보행로로 이용돼 왔다. 그러나 펜스가 설치되면서 보행로 폭이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이 보행로로 산책을 자주 하는 백 모(51) 씨는 “펜스 설치로 해수욕장 보행로 폭이 줄어든 데다 공원 앞 부지가 공사장처럼 보여 경관에도 좋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사 측이 이 부지에 건물을 지을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부산 대표 관광지 경관 훼손과 보행 불편 등 우려가 제기된다.

엘시티 측도 공원 앞에 갑작스럽게 펜스가 설치돼 난감해 한다. 엘시티 이광용 부사장은 “펜스가 쳐진 곳은 엘시티 이외 부지이지만, 펜스가 공원과 맞닿아 주민 불편이 예상된다”며 “지자체나 관계 기관의 협조와 중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2006년부터 이곳과 현재 엘시티 부지 일부를 소유하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엘시티 사용승인과는 무관하게 사유지라는 걸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펜스를 설치했고, 토지 소유자가 땅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건 알박기가 아니다”며 “이곳에 신축 건물을 올릴 계획을 검토 중이라, 통보 목적으로 펜스를 미리 설치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10월 23일 해운대 일대 전국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해리단길’에서도 한 토지 소유자가 유명 식당이 밀집한 상가 앞에 사유지임을 알리는 펜스를 설치했다. 해리단길 활성화에 앞장선 상인들이 토지 소유자를 고소하면서 사태는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해운대 주요 관광명소가 일부 사유지 펜스로 타격을 입고 있지만 관할 구청은 ‘알박기인지는 확실치 않고, 이곳들이 사유지여서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해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구청은 A사의 건축허가신청이 들어오면 이를 철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만 강조하고 있다.

구청 입장과는 반대로 지역 건설업계는 펜스 설치를 분명한 ‘알박기’로 규정하고 이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부산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A건설사는 해운대 마린시티에 유명 건물을 올린 곳이지만, 부산지역 노른자 땅에 알박기 등으로 뒷말이 무성한 건설사”라며 “엘시티 사용 승인과 무관하게 펜스를 설치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부산도시공사도 사태 해결을 위해 A사와 접촉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엘시티 앞 펜스는 사유지 속 개인 시설물이라 별다른 대책을 낼 수 없다”며 “관련법을 최대한 검토해 시민을 불편케 하거나 경관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리단길 펜스는 논란이 확산되자 땅 주인이 경계 표시만 해 준다면 펜스를 철거해도 된다고 의사를 밝혀 이와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글·사진=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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