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산복도로 낡은 아파트 빈집들 할머니들 삶 상영하는 극장 변신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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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부산 동구 수정아파트 16동에서 열리는 ‘2019 공간지원형 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수정아파트 프로젝트’를 찾은 시민들이 ‘수정의 꿈’ 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5일 부산 동구 수정아파트 16동에서 열리는 ‘2019 공간지원형 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수정아파트 프로젝트’를 찾은 시민들이 ‘수정의 꿈’ 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원도심 낡은 아파트 빈집이 지역민의 ‘문화 사랑방’으로 깜짝 변신했다.

부산문화재단은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부산 동구 수정동 수정아파트 16동에서 ‘수정아파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도시 발전의 뒤안길에 남겨진 빈 공간에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실험적으로 운영하는 공간지원형 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이다.


문화재단 ‘수정아파트 프로젝트’

빈집 두 채 임차, 예술공간으로

갤러리·파티·체험장소로도 활용


1962년에 지어진 수정아파트는 부산의 대표적인 노후 아파트다. 5층짜리 건물 17개 동 1164세대로 구성돼 있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많고 거주자 대부분이 고령의 1인 세대다.

부산문화재단은 수정아파트 16동에 있는 39㎡ 크기 빈집 두 채를 한 달간 임차해 문화예술교육 공간으로 만들었다. 16동은 전체 80세대 중 현재 24세대가 공실이다.

B208호에는 ‘아랫목 극장’이 차려졌다. 방 2개 중 하나에서 수정아파트 토박이인 김광순(92) 할머니와 다른 두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채록해 만든 그림자 인형극을 상영한다. 지식나눔공동체 이마고의 황정미 대표는 “수정아파트에 어울리는 내용은 뭘까 생각하다 할머니들의 육성을 넣은 인형극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매축지마을의 할머니 문화사업단 사례를 거론하며 “도심 속 문화소외지역 주민들에게 예술 또는 예술가를 이어 주는 공간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방은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젊은 엄마들이 모여 천연 가습기 등 제작 체험을 하는 장소다. 할머니들이 모여 신체활동 레크(레크리에이션) 댄스 등을 배우고, 6일 오후에는 포틀럭 파티 형태의 반상회도 열린다.

가족 팝업북 수업에 참여한 권정미 씨는 “수정아파트는 늘 지나가던 곳인데 한 번도 들어와 본 적이 없었다. 이런 공간이 지속성을 가지는 문화 콘텐츠로 발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B405호에는 ‘아카이빙 수정’이 들어섰다. 집 전체가 갤러리가 되어 수정아파트와 수정동, 산복도로를 찍은 사진들을 전시한다. 특히 아파트 주민의 밥상과 장롱 안을 찍은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수정아파트 사람들’을 보여 준다. 사진작가가 주민과 함께 산복도로 골목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수정 골목을 품다’ 행사와 출사 참가자들이 모여 ‘우리 동네’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프로젝트 첫날 행사장을 찾아온 아파트 주민 김정자(74) 씨는 “경로당 가기도 어중간한 나이인데 아파트뿐인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생겨 너무 좋다”며 프로젝트 안내 팸플릿을 챙겼다. 부산문화재단 박소윤 생활문화본부 문화교육팀장은 “이 프로젝트가 주민들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이웃과 함께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도시 공간을 만드는 사회적 움직임에 작은 불씨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구청은 최근 수정아파트 4동의 빈집 3채를 매입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이 공간을 청년 작업공간과 임대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이며 앞으로 빈집들을 계속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금아·박혜랑 기자 chris@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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