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골든글로브 벽 넘나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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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7회 골든글로브 감독상, 각본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상(오스카)과 함께 미국 양대 영화상으로 꼽히는 곳에 한국 영화가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감독상·각본상·외국어영화상

3개 부문서 후보에 이름 올려

비영어권 작품 한계 뛰어넘어

한국 영화사 100년 첫 성취

아카데미상 수상에도 긍정적

골든글로브상을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9일(현지 시간) 골든글로브 후보를 발표한 결과 ‘기생충’은 감독상과 각본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포함됐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 후보에 오른 ‘1917’의 샘 멘데스 감독, ‘조커’의 토드 필립스 감독,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자웅을 겨룬다.

국내 영화평론가들은 비영어권 작품인 ‘기생충’이 골든글로브상 후보에 오른 것에 주목하며 높이 평가하고 있다. 1943년 시작된 골든글로브상은 HFPA 회원 93명의 투표로 정해지는데, 아카데미상보다 영어권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서다.

강유정 평론가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보수적이지만, 권위 있다. 한국 영화로서 후보에 오를 수 있는 부문에 거의 다 포함됐다”며 “‘기생충’은 그 어렵다는 미국 시상식의 통관을 뚫은 것”이라고 극찬했다.

수상 가능성이 높은 부문에는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꼽았다. 강 평론가는 “‘기생충’은 다른 후보작보다 완성도가 뛰어난 영화다. 수상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부문에는 ‘더 페어웰’(미국·중국) ‘레미제라블’(프랑스) 등도 후보로 올라있다. 전찬일 평론가는 본상인 ‘감독상’ 수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전 평론가는 “‘기생충’은 올해 최고의 작품성을 지닌 영화다. 한국 과 아시아 영화를 넘어서 앞으로 영화의 비전까지 제시하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평론가들은 이번 골든글로브상의 행보가 향후 아카데미상 향방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봤다. 골든글로브상은 아카데미상보다 약 한 달 정도 먼저 열려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리기 때문이다.

골든글로브상은 내년 1월 5일 미국 LA에서 열리며, 아카데미 시상식은 내년 2월 9일 뉴욕에서 개최된다.

강 평론가는 “‘기생충’이 후보에 오른 것을 넘어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아카데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며 “아카데미상은 비영어권 영화도 작품상 후보에 올린 적이 있어 더 많은 부문의 수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찬일 평론가 역시 “골든글로브 수상작은 대부분 아카데미상까지 간다. 심사위원 구성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그간 행보를 봤을 때 골든글로브상 결정은 아카데미상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전 평론가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아카데미상은 비교적 비영어권 영화에 열려있는 시상식이어서다. 전 평론가는 “아카데미에서는 최소 3개 이상 부문에서 후보에 오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은 ‘기생충’의 연이은 낭보는 한국 영화 100년에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입을 모았다. 정지욱 평론가는 “골든글로브상에서 ‘기생충’이 수상의 기쁨을 얻는다면 한국 영화 100년에 있어 또 한 번의 훈장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전찬일 평론가 역시 “한국 영화 100년의 기념비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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