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고래고기’ 검찰 ‘반쪽짜리 해명’ 비판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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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경찰청 경찰관들이 지난 2018년 울산 방어진수협 냉동창고에서 '고래고기 사건' 당시 압수했던 고래고기 일부를 유통업자에게 돌려주기 위한 선별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지방경찰청 경찰관들이 지난 2018년 울산 방어진수협 냉동창고에서 '고래고기 사건' 당시 압수했던 고래고기 일부를 유통업자에게 돌려주기 위한 선별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으로 재소환된 고래고기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연달아 설명 자료를 뿌리고 비난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대검과 울산지검이 사건을 둘러싼 미심쩍은 정황 증거를 상당 부분 빠뜨려 ‘반쪽짜리 해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례적 자료 배포 여론 무마 나서

DNA 분석 관련 등 자의 해석

정황 증거들 상당 부분 빠뜨려


고래고기 사건은 2016년 5월 검찰이 경찰로부터 압수한 불법포획 밍크고래 고기 27t 중 21t을 고래연구센터의 압수물 분석(DNA) 결과가 나오기 전에 비정상적 방법으로 피의자 신분인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면서 경찰과 극심한 갈등을 빚은 사건을 말한다.


12일 대검과 울산지검이 지난 일주일 사이 두 차례 배포한 설명 자료를 보면, 검찰 주장의 핵심은 고래연구센터의 압수물 DNA 분석 결과를 독립적 증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자료에 의하면 2013~2017년 5년간 ‘전체 고래’ DNA 정보 보유 비율은 63.2%이고, 이 중 밍크고래에 대한 비율은 76.05%”이기 때문이라는 것. 게다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결과”라며 분석 작업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래연구센터는 그간 언론에 “당시 피의자들이 제출한 고래유통증명서의 고래 DNA를 상당 부분 갖고 있었고”, “(검찰이 DNA 분석을 빨리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후 고래연구센터는 ‘압수물 시료가 고래유통증명서와 모두 일치하지 않아 불법 개체로 추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자료에서 “재판 실무상 피고인이 압수된 고래고기의 불법 포획 사실을 다투는 상황에서 DNA 검사 결과만으로 유죄를 선고한 사례는 지금까지 단 1건도 없다”고 했다. 이는 고래고기 압수물에 대한 DNA 검사 결과가 다른 증거와 함께 유죄 판결의 근거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좁게 해석한 것이다.


실제 검찰 자료에 언급되지 않은 사실 중 △경찰이 피의자들의 창고를 급습할 당시 밍크고래 불법 해체가 이뤄지고 있었고(현행범) △피의자 대부분이 동종 전과를 갖고 있는 점 △밍크고래와 상관없는 고래유통증명서를 여러 장 제출한 점 등 다른 정황 증거만 봐도 검찰이 압수물의 불법성 여부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빼먹은 내용은 또 있다. 고래고기 사건에서 피의자들의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근무지, 학연, 지연 등에 비추어 (검찰 출신 변호사가) 당시 (고래고기를 돌려주라고 지휘한) 담당 검사의 직계 선배라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변호사는 당시 담당 검사가 아니라 이 검사의 직속 상관인 부장 검사와 같은 지방대 법대 동문이란 사실을 검찰은 설명하지 않았다.


특히 검찰 자료에는 고래고기 유통업자들이 검찰로부터 ‘환부(돌려줌) 지휘서’를 팩스로 받아 검찰이나 경찰 입회 없이 고래고기를 찾아가 ‘셀프 환부’를 받은 사실에 대한 해명도 빠져 있다. 당시에도 피의자들이 합법, 불법 가리지 않고 입맛대로 고래고기를 가져가 통상적 과정을 건너뛴 특혜라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압수물 보관 장소인 수협 관계자는 “수십 년 근무하면서 (검찰이나 경찰 입회 없이 피의자끼리 온 건) 처음 본 광경”이라고 했다.


한 고래고기 유통업자는 검찰 자료에 대해 “고래 뒷고기(불법포획물) 업자들에겐 그야말로 희소식”이라며 “(검찰 입장문대로라면) 뒷고기가 아무리 많아도 공매로 산 혼획된 고래를 군데군데 섞은 뒤 기존에 갖고 있던 유통증명서 몇 장만 제출한다면 (수사기관이)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gsh0905@busan.com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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