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고백한 화성 8차사건 수사관들 "윤씨 불법감금하고 구타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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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8차사건 윤모씨. 연합뉴스. 화성8차사건 윤모씨. 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 당시 경찰 수사관들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용의자로 지목했던 윤모(52)씨에게 잠을 재우지 않고 구타를 하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해온 윤씨는 20년간 억울한 억살이를 했다며 지난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13일 윤씨의 재심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다산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전준철 부장검사)는 최근 이춘재 8차 사건 당시 수사관이었던 장모 형사 등 3명을 소환 조사했다.

윤씨는 이들 수사관들이 소아마비 장애인인 자신을 불법적으로 체포·감금하고 구타 등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며 당시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 형사 등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국과수 감정 결과를 믿고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윤씨를 불러 조사했기 때문에 가혹행위를 할 필요조차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했으나 처음으로 불법행위를 인정한 것이다.

수사관들은 윤씨를 구타하거나 쪼그려 뛰기를 시키는 등 다른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사망한 또 다른 수사관 최모 형사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다산은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당시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1989년 7월 25일 밤 불법 체포된 윤씨는 범행을 계속 부인하다가 이튿날 새벽부터 약 1시간 동안 자백한 것으로 돼 있다"며 "조사 첫날부터 잠을 재우지 않은 사실은 수사기록, 항소심 판결문 등을 통해 입증되고 있고, 윤씨는 일관되게 경찰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를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화성 8차 사건은 현재 '진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의 한 가정집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성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이 사건은, 당시 윤씨가 범인으로 검거되며 종결됐다. 윤씨는 20년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그러나 최근 화성연쇄살인 범인으로 특정된 이춘재가 8차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진술하면서 윤씨의 억울한 옥살이 의혹이 불거졌다.

화성 8차사건을 다시 살펴보고 있는 검찰은 전날 "1989년 수사당시 윤 모 씨를 범인으로 최초 지목하는데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된 국과수 감정서가 실제 감정을 실시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감정결과와는 전혀 다르게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감정서 조작과 관련해 '누가 어떠한 경위로 국과수 감정서를 조작했는지'와 같은 모든 진상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규명할 방침이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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