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문화예술 무지·몰이해가 ‘또따또가 사태’ 불러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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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난 부산 문화예술 예산

내년도 예산이 반 토막 난 또따또가 입주 작가와 원도심예술가협동조합 창 관계자들이 13일 긴급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또따또가 제공 내년도 예산이 반 토막 난 또따또가 입주 작가와 원도심예술가협동조합 창 관계자들이 13일 긴급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또따또가 제공

부산 원도심 예술창작공간 또따또가뿐만 아니라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 역시 논란 끝에 예산이 반 토막 났다. 문화예술에 대한 시의회의 무지와 몰이해가 배경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따또가는 2010년 원도심 활성화와 문화예술인 자립의 토대가 되도록 부산 중구 중앙동 일대에 자리 잡은 이후, 부산 문화예술인의 구심점이 됐다. 현재 또따또가 출신으로 자립에 성공한 문화예술인이 원도심에 터를 잡고 작업실을 운영하는 경우가 35곳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또따또가가 부산 문화예술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예다.


■문화예술인 연대 투쟁 돌입

김희진 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장은 "논의 과정도 없이, 구체적 근거도 대지 않고 지역 예술가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2010년 원도심에 터 잡은 후

문화예술인의 구심 역할 톡톡

‘팔길이 원칙’ 지킨 모범 사업

‘성예방센터’ 예산도 대폭 삭감

문화예술인 온라인 투쟁 돌입


문화예술인들은 연대 투쟁에 나섰다. 13일 이들은 ‘예술 창작공간 운영 정상화와 문화예술 진흥사업 자율성 보장을 위한 예술인 연대 투쟁’을 위한 온라인 서명에 돌입했다. 15일 오후 5시 기준으로 932명이 연대 서명에 동참했다. 이들은 “또따또가는 전국적으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을 대표하는 사업이었다”면서 “사업비 정산에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고, 운영 자율성도 일정 부분 보장받아 또따또가만의 차별적인 활동이 가능했는데 이제 이런 문화적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표적 감사’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현재 예산 삭감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문창무(중구) 시의원의 지적으로, 부산시는 또따또가 사업을 관리하는 부산문화재단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문 의원 지적으로 2~6일 진행된 감사에서 감사 3명 중 1명이 또따또가만을 검토하는 표적 감사가 진행됐다”며 “오거돈 시장 공약인 문화 기관의 자율성 보장과 배치되고 민간문화단체 활동까지 속박하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문창무 시의원은 “시의회에 제출한 또따또가 운영 자료가 부실한 데다 게스트하우스를 불법으로 운영한 의혹도 있다”면서 “10년 동안 또따또가에 대한 감사 한 번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감사 결과 이상이 없다면 긴급 추경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희진 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장은 “게스트하우스는 올해 운영 계획을 세운 단체가 선정돼 외국 작가 레지던시 등에 사용하기 위해 준비를 해 온 상황이다. 올해 초 독일에서 온 작가가 머물 숙소가 필요해서 임시로 일주일 숙박을 제공한 것이 전부”라면서 “등록 절차에 시일이 걸려 12일 도심민박업으로 정식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연대 투쟁에 돌입한 문화예술인은 △부산시의회 예결위에 또따또가 예산 삭감에 대한 근거와 대책 제시 △더불어민주당에 지역 문화예술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요구 △부산시에 또따또가 입주 예술가 지원 보장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예산 삭감 사태와 관련해 김혜린 의원이 또따또가에 면담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진 센터장은 “16일 비대위 공식회의를 열고 면담 일자 등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시와 재단이 내년 임대계약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에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 예산 삭감과 관련해 9일 반성폭력연대 등 관련 단체 회원들이 김혜린 시의원을 면담하는 모습. 강선배 선임기자 kssun@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 예산 삭감과 관련해 9일 반성폭력연대 등 관련 단체 회원들이 김혜린 시의원을 면담하는 모습. 강선배 선임기자 kssun@

■‘반액 삭감’예술계 성폭력예방센터

부산 문화예술계 숙원 사업이자 올해 4월부터 신설 운영 중이었던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이하 문화예술계 성폭력예방센터)’ 내년도 예산도 애초 1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반액 삭감이 확정됐다. 이 사업도 부산시의회 경제문화위원회 김혜린 시의원의 주도로 전액 삭감됐다가, 지역 사회에서 논란이 일자 ‘면피’만 한 상황이 됐다.

센터는 존속하지만, 성폭력·성희롱 예방 교육이나 캠페인 같은 핵심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 문화예술계에선 성폭력예방센터 역할을 피해 지원에만 한정하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 송진희 작가는 “지역사회가 3년을 노력해 예방센터를 설치했는데 전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을 삭감했다”며 “시의회가 납득될 만한 구체적인 이유를 내놓지 않고 권위적 지위를 행사하는 모습이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오금아·조영미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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