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운전하는 189번 시내버스 타 보실래요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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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189번 주형민 기사가 출발에 앞서 산타복장을 하고 성탄분위기로 장식한 버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16일 오후 189번 주형민 기사가 출발에 앞서 산타복장을 하고 성탄분위기로 장식한 버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16일 오전 6시 50분 사직동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최현수(54) 씨는 깜짝 놀랐다. 매일 타던 버스 대신 ‘산타 버스’가 정류장에 왔기 때문이다. 버스 외관에는 커다란 눈과 콧수염, 루돌프 뿔이 붙어 있고, 크리스마스 LED 조명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이어 문이 열리자 진짜 ‘산타클로스’가 운전석에서 자신을 향해 웃고 있었다. 최 씨는 깜짝 놀라 평소에 타던 189번이 맞는지 재차 확인한 후 탑승했다. 산타 인형·조명 등으로 꾸며진 실내에선 캐럴이 흘러나왔다. 최 씨는 “처음엔 버스를 잘못 탔나 착각했다”며 “출근하는 20분 내내 기분이 너무 좋아 간식으로 준비해 간 쿠키를 기사님께 드렸다. 월요일 아침에 좋은 선물을 주신 기사님께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캐럴송 틀고 산타인형·조명까지

기사가 사비 들여 직접 꾸며

아이들에게 선물 주는 ‘진짜 산타’

16일 부산에 ‘산타 버스’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기장군 철마면에서 연제구 연산동 연산초등까지 가는 대진여객 소속 189번 노선이다. 산타 버스의 ‘산타’는 4년 차 주형민(45) 기사. 정식 기사가 아닌 ‘예비 기사’신분 임에도 그는 지난해부터 ‘산타 버스’를 운행했다. 지난해엔 급하게 준비한 탓에 미흡한 점이 많아 아쉬움이 남았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에는 더욱 잘 꾸미기 위해 1년간 틈틈이 조명과 장식품을 모았다. 산타 버스 장식에는 하루 5시간씩 꼬박 이틀이 걸렸다. 그는 16일 오후 2시 업무 시간이 끝나도 바로 퇴근하지 않았다. 교대한 운전기사와 함께 버스 장식을 틈틈이 손보기 위해서다. 주 씨는 “평소 꾸미는 걸 좋아해 취미 삼아 즐겁게 만들었다. 승객들이 기뻐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며 “운전대를 잡은 초심을 기억하고, 승객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자 산타 버스를 운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어린이들에게 버스에 대한 즐거운 추억을 선사하려는 것도 산타 버스 운행의 또 다른 이유이다. 주 씨는 버스에 탄 어린이 승객에게는 사탕을 준다. 크리스마스 당일엔 넉넉하게 준비해 모든 승객에게 줄 예정이다. 대진여객 관계자는 “회사에서 산타 버스를 2~3대 운영하고 있는데, 지원도 있지만 기사 각자 재량에 맡긴다. 특히 189번 버스가 많은 정성을 들여 예쁘게 꾸몄다”면서 “주 씨는 루돌프를 끌며 선물을 전해 주는 진짜 산타클로스”라고 했다.

주 씨는 “지난해 산타 버스를 기다리며 무작정 정류장에 서 계신 분들이 있었다. 네이버에 189번을 검색해 운행정보에서 차량번호 1881번을 확인하시면 추운 데 떨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예비 기사인 그는 오는 26일부터는 다른 노선에 배치되지만 그가 정성을 들인 산타 버스는 이달 말까지 운행한다.

김성현 기자 kksh@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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