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 배울 후배 어디 없나요” 제자 갈증에 속 타는 자갈치 이발사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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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자갈치역 인근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유평종 씨가 17일 오후 손님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다듬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중구 자갈치역 인근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유평종 씨가 17일 오후 손님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다듬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이러다 국내 이발소는 모두 사라질지도 몰라 걱정입니다. 세계적 수준인 국내 이발업이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35년째 이발소를 운영하는 유평종(74)씨는 이발소 간판에 ‘이발개인지도(무료강의)’라는 문구를 3년 째 내걸고 있다. 사라져가는 이발업 명맥을 이어가고 싶어서다. 그러나 찾아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기술을 배워도 이발소가 갈수록 줄면서 취업할 때도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유 씨는 “이발업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싶은데 너무 안타깝다”면서 “기술 무료 전수를 널리 알리고 싶은데도 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면허 따도 100명 중 1명만 생존

한국 이발 기술 명맥 끊길까 걱정

무료 강의 ‘개인지도’ 간판 걸어

17일 오후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그의 이발소는 연말을 맞아 머리를 자르려는 손님으로 북적였다. 이발소 안 좌석 5개는 유평종 씨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로 이미 만석 상태. 그의 화려한 가위질이 끝나면 다른 직원이 손님 턱에 크림을 듬뿍 발라 면도를 시작한다. 10년 넘게 이곳을 즐겨 찾는다는 한 손님은 “부산에서 가장 이발을 잘하는 곳이다. 이발을 할 때면 항상 여기로 온다”고 웃으며 말했다.

손님에게도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는 ‘달인’ 유 씨. 이발을 '예술'에 빗댈 정도로 그는 이발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기술을 전수할 제자를 구할 수 없는 그의 연말은 쓸쓸하다. “우리나라의 이발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기술을 배울 곳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자격증을 따면 뭐 합니까. ‘진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사람도 장소도 없습니다. 부산에서 면허증을 따는 사람이 100명이면 그중 1명만 이발사로 살아남는 지경입니다.”

그가 처음 업계에 뛰어들었을 때는 동네마다 이발소가 적어도 2~3개 있었다고 한다. 가게마다 직원이 4명씩 있어 도제식 교육이 가능했다. 하지만 해마다 인건비는 올랐고 이발소를 찾는 사람은 줄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이용 업소는 2014년 1571개에서 2018년 1382개로 4년 새 12%가량 감소했다. 오늘날 이발업은 대표적인 ‘사양 업종’으로 꼽힌다. 유 씨의 소망은 부산에서 이발업이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명맥을 잇는 것이다. 그는 “이발을 배우고 싶은 사람, 누구나 찾아오라”고 말했다.

“저를 포함해 대부분 이발사는 먹고살기 위해 어릴 때 업에 뛰어들어 학력이 낮습니다. 오랜 이발 경력을 가진 이발사를 국가에서 인정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이발소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이상배 기자 sangbae@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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