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에 무지한 유럽이 문제…英언론은 '리버풀 논란' 무관심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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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떠들썩한 '리버풀 욱일기'…영국 언론은 무관심
유럽축구계 욱일기 사용 전례 수두룩 "일본 선수 영입하면 자유롭지 못해"

LFC Japan 트위터 계정 캡처. LFC Japan 트위터 계정 캡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욱일기를 사용한 것과 관련, 유럽현지 언론은 이를 다루지 않아 욱일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드러냈다.

리버풀은 지난 19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욱일기 이미지를 사용했다가 한국 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클럽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이 대회 전신인 토요타컵 관련 영상을 공개했는데, 섬네일 이미지 바탕으로 욱일기가 삽입된 것이 문제였다.

이에 한국 리버풀 팬들은 전자메일과 SNS 다이렉트 메세지(DM) 등을 보내 구단에 항의했고, 문제의 이미지는 이내 수정됐다.

리버풀은 이후 공식 페이스북에서 한국 IP에 한정해 사과의 뜻을 담은 입장문을 게시했다. 리버풀은 "우리가 게시한 이미지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곧바로 삭제했다"며 "불쾌했을 분들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리버풀 공식 페이스북 캡처. 리버풀 공식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사과 하루만에 리버풀 일본 SNS 계정 관리자가 클럽월드컵 우승을 축하하는 이미지를 올리며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이 이미지에는 클롭 감독의 뒤로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무늬가 있었는데, 리버풀 공식 계정이 '좋아요'를 눌러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확산됐다.

한국 언론은 연일 '리버풀 욱일기 논란'을 키워드로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스포츠매체는 물론 주요 종합일간지와 방송사도 가세했다.


외신도 관심? 정작 유럽 언론은 심드렁

일부 언론은 외신의 관심도 조명했다. 미국 ESPN은 22일(현지시간) 위구르족 탄압을 비판한 외질(아스날)에 대해 중국이 보복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소식을 다루면서 "한편 리버풀은 욱일기를 사용했다가 한국 팬들에게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ESPN은 "일본의 욱일기는 아시아 국가 사이에서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통한다"면서 "특히 일제의 탄압을 받았던 한국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축구 미디어 '골닷컴'도 리버풀 출입기자 닐 존스를 통해 구단에 공식입장을 문의했고, 대변인으로부터 "불쾌감을 느낀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는 서명문을 받았다.

리버풀 대변인은 "리버풀은 최근 두 개의 이미지를 발행했는데 이는 누군가에게는 모욕적인 의미였다"고 인정하며 "문제를 인지한 직후 이미지들을 제거했다.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영국 언론들은 무관심하다. 보도성향을 막론하고 리버풀의 욱일기 논란을 다룬 영국 매체는 현재까지 없다. BBC, 가디언 등 공신력 있는 정론지는 물론, 불필요할 정도로 세세한 가십까지 다룬다는 지적을 받는 더 선, 데일리 메일, 미러 등 타블로이드 대중지도 마찬가지였다.

중도 언론으로 분류되는 텔레그라프, 익스프레스, 인디펜던트와 스포츠 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에서도 관련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이들 영국 언론 중 가디언과 인디펜던트 등은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금지하도록 해줄 것을 한국 정부가 IOC에 요청한 지난 9월 욱일기에 대해 다룬 바 있으나, 리버풀이 연루된 이번 논란에는 무관심했다.

한국 '반크' 등에서 꾸준히 주장해온 것처럼 '일본의 욱일기와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스와스티카)는 동일하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이같은 무관심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불과 약 일주일 전인 16일 스페인 2부리그 경기에서 라요 바예카노 팬들이 특정 선수에게 '나치'라고 비난해 경기가 중단된 사건은 유럽 주요매체 대부분이 보도했다.


유럽축구 욱일기 논란, 리버풀 처음 아니다

애초 유럽축구연맹(UEFA)은 경기장에 스와스티카 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욱일기를 금지하는 규정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잘츠부르크, PSV 아인트호벤 등 일본 선수가 소속된 구단 경기장 관중석에서는 욱일기를 펼쳐든 일본 팬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PSV 아인트호벤 트위터 캡처. PSV 아인트호벤 트위터 캡처.

특히 PSV는 8월 일본의 도안 리츠(21) 영입 소식을 알리며 공식 SNS 계정에 욱일기를 배경으로 한 캐리커처를 사용하기도 했다. PSV는 항의가 이어지자 이미지를 교체했으나 인식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올해 7월에는 스페인 최대규모 언론 마르카가 FC바르셀로나의 일본 원정 친선경기 소식을 전하며 욱일기가 삽입된 사진을 보도하는 황당한 사건도 있었다.

작년 말에는 프리메라리가 공식 계정이 일본 J리그에서 활동하는 페르난도 토레스의 근황을 전하며 욱일기를 사용한 이미지를 올렸다.


스페인 마르카가 사용한 사진. 스페인 마르카가 사용한 사진.
프리메라리가 공식 트위터 캡처. 프리메라리가 공식 트위터 캡처.

도르트문트 욱일기 금지 이끈 한국팬들

일본 축구스타 카가와 신지와 연관된 클럽들도 욱일기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뛸 때는 올드 트래포드에 욱일기가 등장했고, 지난 2월 그리스 베식타스는 카가와의 임대영입 소식을 알리며 욱일기 이미지를 사용했다.

카가와가 전성기를 보낸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역시 경기장에 욱일기 반입을 허용하던 구단이었다. 그러나 도르트문트는 한국 팬들이 430여 일에 걸쳐 진행한 프로젝트 덕분에 욱일기의 심각성을 확실히 인식하게 됐다.

도르트문트 네이버 공식 팬카페는 지속적으로 메일 등을 통해 구단과 욱일기 문제에 대해 대화했고,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431일 만인 지난 11월 4일 관련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전했다.


베식타스 공식 SNS에 등장한 카가와와 욱일기. 베식타스 공식 SNS에 등장한 카가와와 욱일기.

도르트문트 측은 지난달 4일 팬카페 측에 메일을 보내 "최근 경기장에 욱일기는 보이지 않는다"며 "도르트문트는 욱일기에 대해 완벽히 인지하게 되었고,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는 심볼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제부터 지그날 이두나 파크(홈구장)에서만큼은 욱일기를 볼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도르트문트 팬카페는 "항의 메일만으로는 구단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없었다"며 "올해 초 단체관람 행사를 준비하고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 (구단과 직접 교류하는데)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를 추진한 관계자는 최근 리버풀 논란에 대해 '안필드에 욱일기 반입을 금지할 것을 조직적으로 요청해야 한다'는 취지로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 리버풀 팬들의 목표는 '영상에서 욱일기를 삭제하는 것' 등 일시적인 것에 그쳐서는 안 됐다"며 "일본인 선수가 입단한 이상 '안필드에서 욱일기 반입 금지'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일본 선수가 입단한 시점부터 안필드는 이미 욱일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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