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문 닫는 부산지역 소극장들… 결말은 ‘새드엔딩’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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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내린 지난 29일 저녁 소극장 ‘청춘나비 아트홀’에서 마지막 연극 공연 '살고 싶다, 그림처럼, 시처럼'을 마친 뒤 강원재(오른쪽 끝) 대표가 배우·스태프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겨울비가 내린 지난 29일 저녁 소극장 ‘청춘나비 아트홀’에서 마지막 연극 공연 '살고 싶다, 그림처럼, 시처럼'을 마친 뒤 강원재(오른쪽 끝) 대표가 배우·스태프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지역 소극장이 고사 위기’라는 말은 곧잘 들려왔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이제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부산의 민간 소극장 두 곳이 폐관 위기에 몰렸다. 지역 연극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소극장의 운영이 어렵다는 목소리는 계속 있었다. 이번에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소극장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연극 공연을 올려 왔던 곳이라 지역 연극계가 받는 충격이 상당히 크다.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있는 소극장 청춘나비 아트홀은 지난 29일 연극 ‘살고 싶다, 그림처럼, 시처럼’ 공연을 마지막으로 운영을 접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12월 문을 연 지 딱 10년 만의 일이다.

개관 10년 만에 폐관 위기

청춘나비 아트홀 마지막 공연

한결아트홀도 임대 계약 만료

부산 소극장 문화 붕괴 위기감

강원재 청춘나비 아트홀 대표는 “운영이 버거워서 더는 극장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있는 시설 그대로 인수할 사람이 있는지 찾고 있는 중이다. 만약 인수자가 나오지 않으면 내년 1월 중순으로 청춘나비 아트홀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공연기획제작사에서 운영하는 형태로 청춘나비 아트홀을 만들었다. 마지막 공연 날도 매표부터 배우와 관객의 기념촬영까지 소극장 운영에 관한 모든 작업을 혼자서 다 해냈다.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이하 소극장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는 강 대표는 “다른 소극장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소극장협의회 회원 극장도 2013년 출범 초기 11곳에서 9곳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대로는 부산 소극장 문화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것이라는 위기감에 내달 중 소극장협의회가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운영 5년째를 맞은 한결아트홀(연제구 거제동)도 거리에 내몰릴 상황에 부닥쳤다. 건물주가 임대 계약 만료를 통보하면서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알려 왔기 때문이다. 김성배 대표는 “크리스마스 즈음 전화가 와서 내년 2월 말로 계약이 끝나니 3월까지 비워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관·초청·기획 공연과 연극체험교육 등 365일 중 200일 이상 공연을 올려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금 있는 곳에서 나가면 그대로 극장 문을 닫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하늘바람소극장(남구 대연동)의 호민 대표도 소극장 운영을 놓고 고민 중이다. “건물주가 바뀌면서 전세 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라 연말에 은행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호 대표는 부산시 예술지원금 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축제나 행사 위주로 돈이 풀리니 전체 예술지원금이 늘어났다고 해도 전업 연극인에게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소극장 살리기’ 구호 대신 서울이나 대구처럼 소극장 임대료 지원사업 같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산연극협회는 소극장 위기 문제 해법 찾기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손병태 연극협회장은 “소극장은 연극인에게 굉장히 큰 삶의 터전이다. 예술에 대한 지원 없이 문화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이번 기회에 부산시에 연극 전용 소극장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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