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춘문예-평론 심사평] 영화 매체 본성에 이르는 지적 여정 매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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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허문영

평론 부문에는 영화평론 28편, 문학평론 11편 등 모두 39편이 응모했다. 응모작들의 문장력이 좋아진 점이 반가웠다. 평론이 말과 글의 일이라면 이 점은 사소한 것이 아니다. 문학과 영화 텍스트를 진리와 교훈의 발화로 환원하는 글들이 여전히 많은 점은 아쉬웠다.

영화평론 중에는 4편이 특히 돋보였다. ‘공간을 응시하는 아주 특별한 시선-이윤기 감독론’은 이윤기 영화의 고립감과 기다림의 세계를 시각적인 키워드로 분석한 성실한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블랙바, 우정을 향한 시도들에 관하여’는 이미지와 스크린의 관계를 분석한 창의적인 글이었다.

‘기생할 것인가, 회생할 것인가’는 〈기생충〉을 계급 관계가 아니라 기생 관계로 분석한 날카로운 글이있다. ‘(이전)같지 않으니-데이비드 린치론’은 자동차라는 소재에서 출발, 복수의 세계가 충돌하며 빚어내는 혼돈의 감각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문학평론 중에는 2편이 특히 뛰어나 보였다. ‘출구 없는 죽음의 미로-박소란의 〈심장에 가까운 말〉’은 죽음, 어둠, 고립, 배제, 유배라는 보편적인 시적 모티브를 다루면서도 매우 성실한 독해와 세련된 문장이 돋보였다. ‘착란의 시간, 착상의 언어-김민정 시세계의 변모과정’은 ‘내가 나에게 쫓기는 악순환적 꼬리잡기’가 마침내 진혼의 언어에 이르는 경위를 세밀하게 추적한 글이었다.

고민 끝에 ‘(이전)같지 않으니-데이비드 린치론’을 당선작으로 정했다. 큰 이야기 없이 텍스트 내부로 들어간 뒤 작은 세부에서 출발해 영화라는 매체 자체의 본성에까지 이르는 지적 여정이 다소 거칠긴 하지만 무척 매혹적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사적 교양이 풍부한 글이라는 점도 마음을 끌었다. 지면 관계로 언급하지 못한, 하지만 글에 땀과 사랑이 배어있는 응모작을 보내신 다른 분들에게도 감사와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 심사위원 허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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