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전자들] 예술하는 공학자 김태희
AI와 예술 넘나드는 와이즈유 문화콘텐츠학부 교수
툭! 돌이 발부리에 차였다. 순간 미래의 김 박사는 생각한다. ‘돌에 지능이 있다.’
김태희(55) 와이즈유 문화콘텐츠학부 교수는 철학자 같은 공학자다. “지능을 컴퓨터로 구현할 때 룰(rule)이 중요한데, 돌의 입장에서 ‘사람이 나를 차면 넘어진다’는 룰이 적용되는 거죠. 그 자리, 그 시간, 그 사람을 만나는 장소성·시간성·관계성을 전제로 돌도 지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다는 뜻”이라고 김 교수는 전했다. 만화 ‘우주소년 아톰’ 속 김 박사를 꿈꾸던 청년 김태희는 전자공학과 졸업 뒤 영국 에든버러대 AI학과에 진학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같이 공부할 수 있는 곳이었죠. AI의 토대에 대한 수업을 듣는데 지능이란 무엇인지, 지능은 마음과 몸 중 어디에 있는지 묻는 철학적 토론이 오갔습니다.”
마음에 대한 질문은 공학도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 줬다. 제대로 된 지능시스템을 만들려면 인간과 철학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국 후 강단에 서서도 깨달음의 갈증이 남았다. “과학의 틀 안에서는 답이 나오지 않더군요. 학문과 비학문의 경계에 있는 예술에선 가능할 거라 생각하고 2008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대학 예술석사 과정에 다시 들어갔어요.”
2년 뒤 학위를 마치고 AI 로봇공학자 김태희의 아티스트 변신을 알리는 첫 개인전을 대안공간 반디에서 열었다. 전시 제목은 ‘바위와 가상 사이’. 박사논문 준비 때 발에 차인 돌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작품과 관객 사이 관계 반응을 풀어낸 작품이다.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작업이 가능한 작가로 평가받는 김 교수는 거울처럼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로봇 미러’ 등을 발표하며 20회 이상 전시회를 열었다.
‘AI 로봇공학과 예술’ 두 길을 걷는 김 교수에게 도전이란 무엇인지 물었다. “잠재적 가치를 다 발휘하고 갈 수 있도록 끝없이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그는 다시 AI에 도전 중이다. ‘알파고’의 등장에 자극받아 출범한 인공지능연구원의 ‘딥러닝을 이용한 춤추는 AI’ 개발자로 참여했다. “춤 잘 추는 AI가 성공하면 기술 개발 파급력이 큽니다. 개발 결과는 제 예술작업에 다시 적용될 겁니다.” AI와 예술을 넘나드는 김 박사의 차기 도전이 궁금해진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