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읍 불출마…나가야 할 사람은 버티고 '답답한 한국당'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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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박관용 상임고문 등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0년 신년인사회에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박관용 상임고문 등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0년 신년인사회에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선의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지난달 31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국당의 공천 개혁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추락한 당 지지율을 회복하고 총선 인물 경쟁력을 높이려면 다선 중진들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인데, 정작 초·재선들이 당의 쇄신을 위한 선도적인 불출마를 주도하는 모양새 때문이다.

잇따른 ‘불출마’에도 개혁 실종

초·재선 ‘일꾼’이 쇄신 앞장

희생 필요한 다선 중진은 “출마”


김 의원 불출마로 한국당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김무성(6선), 김세연·김영우(3선), 김성찬(재선), 유민봉·윤상직(초선) 의원 등 모두 7명이 됐다. 3선 이상 중진이 3명이고, 4명은 재선 이하다. 부산·울산·경남(PK) 출신이 5명으로 PK가 불출마를 통한 인적 쇄신을 견인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탄핵 정국 이후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무성 의원을 제외하고 보수 재건을 위해 최근 불출마 결단을 한 이들 의원 대다수가 의정 활동과 지역구 기반 등 종합적인 평판에서 ‘물갈이’ 대상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이다.

김도읍 의원만 해도 당내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일꾼’으로 소문이 났고, 김성찬 의원 역시 합리적인 성품으로 대과 없이 의정 활동을 이어왔다. 김세연 의원은 3선이지만 아직 40대로 차기 부산시장 유력주자로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그의 불출마를 안타까워하는 이가 당 안팎에 적지 않다.

특히 이들은 공통적으로 ‘보수 재건의 밀알이 되겠다’며 자신의 불출마가 당 인적쇄신의 기폭제가 되기를 희망했고, 특히 김세연 의원은 지난달 17일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며 당을 향해 ‘역사의 민폐’ ‘생명력 잃은 좀비’라고 질타하면서 당 해체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폈으나 오히려 당 중진들은 “몸담고 있는 당에 침을 뱉었다”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 초·재선이 희생적인 선택을 하는 데 반해 한국당 중진들 중에서는 총선에서 선수를 쌓아 국회의장 등 고위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의원이 대다수다.

특히 PK 지역 한국당 인적 쇄신이 추가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지역민들에게 상대적으로 젊고 일하는 인물은 떠나고 다선 중진들만 남았다는 인상만 줄 경우 올 총선 판세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당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나가야 할 사람은 버티고, 나가지 않아야 할 사람들만 줄줄이 불출마를 하니 당이 어디까지 추락할지 끝을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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