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관심 없는 ‘센텀 지하도시’ 좌초 위기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센텀시티와 나루공원 전경. 부산일보DB 센텀시티와 나루공원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일대 지하공간의 복합개발 사업이 발표 6개월이 지나도록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표류하고 있다. 시가 ‘지상공간 부족으로 지하공간을 개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첫 자체 사업으로 발표한 대형 도시개발 계획이 표류하다 좌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6일 부산시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7월 미개발 상태로 방치된 도심 지하를 상업, 문화, 마이스 기능을 갖춘 일명 ‘센텀시티 지하도시’로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오 시장 첫 자체 대형사업 ‘표류’

건설사 등 민간사업자들 ‘냉랭’


“대형 유통업체 지상 즐비한데

지하로 고객 유인 쉽지 않다”

市 공공성 강조 기조도 ‘발목’


이 사업은 벡스코 주변 주요 도로인 센텀남대로, APEC로, 수영강변대로, 센텀3로 등의 지하공간 3만 5000㎡ 규모를 테마형 복합 스트리트몰, 지하광장, 자연채광형 휴식공간 등으로 꾸며 지하구간을 쾌적한 실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이 일대 지상구간은 개발 가능 부지가 적을 뿐 아니라 땅값이 너무 올라 추가 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당시 시의 이 같은 지하공간 개발안이 부산 건설사뿐 아니라 전국 업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또 당시 실시한 민간투자사업 설명회에 국내 1군 건설사와 지역 건설사 대부분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반영했다.

하지만 이 사업에 관해 해가 바뀌도록 어떠한 사업자도 사업 제안이나 협의를 시도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문의조차 없어 시가 공모 등 후속 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못하는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보통 민간투자사업은 설명회 뒤 일부 업체가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되면 시가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 절차를 밟게 된다. 이후 사업 제안서를 받은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이처럼 건설사 등 민간 사업자들의 반응이 냉랭한 이유는 시의 ‘분홍빛 청사진’과 달리 지하도시 개발안의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부동산 경기 침체로 상가 분양이나 임대가 쉽지 않다. 특히 일대에는 신세계 센텀시티와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가 지상에 위치해, 지하로 고객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지하상가 분양 등으로 수익을 내면서 지하광장이나 공원 등 공공성을 띤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침체 상황에서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대부분 건설사가 관망만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역 건설사 관계자도 “사업설명회에는 참가했지만, 실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포기한 상태다. 부산 지역은 주거시설은 몰라도 상가 분양은 힘들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공간이 많은 것도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업계에서는 시가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장황하게 포장했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 본다는 처지다. 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 초조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부에서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벡스코 인근 옛 ‘세가사미 부지’(지상 구간)의 주거시설 연계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건설사 한두 곳의 문의 정도만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이마저도 완전히 뜸해졌다”면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일부 공감한다. 일단은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사업자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