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없으면 올해 안에 부산 소극장 80% 문 닫을 위기”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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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부산시 간담회

소극장 위기와 관련해 15일 오후 2시 부산 남구 대연동 나다소극장에서 열린 부산시와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간담회에서 손병태 부산연극협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소극장 위기와 관련해 15일 오후 2시 부산 남구 대연동 나다소극장에서 열린 부산시와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간담회에서 손병태 부산연극협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사 위기에 빠진 지역 소극장 문제를 놓고 부산시와 연극계가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청춘나비아트홀·한결아트홀이 폐관 위기(부산일보 지난해 12월 31일 11면 보도)에 내몰리는 등 지역 소극장 문화 붕괴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부산연극협회·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와 부산시가 간담회를 한 것이다. 부산시의 제안으로 열린 간담회는 지난 15일 오후 2시 부산 남구 대연동 나다소극장에서 열렸다. 연극계 쪽에서 부산연극협회 손병태 회장,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이하 소극장협의회) 강원재 회장과 소극장 대표 7명 등이 참석했다. 부산시에서는 임창근 문화예술과장 등 4명이 참여했다.

이번 간담회에 앞서 지난 9일 소극장협의회 소극장 대표 모임이 열렸다. 그 자리에서 올해 안에 협의회 소속 소극장의 80%가 운영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강원재 소극장협의회장은 “지난해 각 극장 가동률이 연평균 50%도 안 된다. 창작과 대관 3 대 7의 비율로 작품을 올리는 데 창작공연에서는 수익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2018년 대비 2019년 전체 공연이 20% 이상 감소하는 등 대관까지 매년 줄어 극장 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 소극장협의회장은 “2015년 ‘오프라인 티켓부스 제작안’ 2017년 ‘소극장 활성을 위한 개선안’ 2018년 ‘도시철도 역사 내 공간을 활용한 외부홍보 방안’ ‘2019년 부산형 창작극장 사업 추진계획’ 등 부산시와 소통했던 소극장 관련 사업들이 실제로는 진행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부산형 창작극장 사업 추진계획’은 지역 내 민간 소극장 10개 내외를 선정해 임대료를 지원하고, 선정된 소극장은 지역 예술단체에 대관료를 인하해주는 내용으로 소극장 운영난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임대료 문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책이었다. 강 소극장협의회장은 “시 쪽에서 추진계획을 만든다고 먼저 알려왔는데 아무 연락이 없어 담당자에게 전화했더니 ‘(통과가) 안됐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액터스소극장 이성규 대표는 “36년간 지하 소극장을 운영하는 사람인데 저도 문을 닫을 판이다. 제일 시급한 것은 임대료를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부산시민회관 인근, 용두산 문화의 거리, 대연동 부산예술회관 주변을 소극장 집적거리로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보자고 제안했다.

건물주의 임대계약 만료 통보에 문을 닫을 상황이 된 한결아트홀 김성배 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 문화정책의 방향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에서 도시철도 한 칸을 문화열차로 꾸며 각 기관의 공연을 안내하는 사례를 소개하고, 공공기관 이전·리모델링 때 소극장을 입주시킬 방안도 고려해 줄 것을 주문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소극장을 구하기 위해 추경 예산이라도 편성해 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손병태 부산연극협회장은 “2016년 회장이 된 이후 부산시에 여러 제안을 하고 논의도 했지만, 하나도 실행된 것이 없다. 그러는 동안 현장은 고사돼 갔다. 지금 지역 소극장은 너무 어려워서 추경이든 뭐든 이용해서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연극협회 최은영 부회장은 “예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허공에 활을 쏘는 것과 같다. 소극장 지원이 현재 소극장 페스티벌로 1억 정도 지원되는데 상주단체와 운영인력 숫자를 봐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 금액이다. 연극은 모노드라마 한 편을 만들어도 최소 20명이 투입된다. 현실적인 금액이 집행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메세나 개념으로 지역기업과 소극장을 매칭하는 방법을 고려해달라, 교육청과 연결해 미래의 관객이 될 학생들이 연극에 친숙해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해달라, 정책 방향성을 잡을 수 있게 부산 소극장 지원 조례를 제정하자 등 여러 제언이 쏟아졌다. 시와 상시로 소극장 문제를 논의할 수 있고, 담당자가 바뀌어도 계속 소통할 수 있는 대화 창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임창근 시 문화예술과장은 “당장 확답은 어렵지만, 지원 확대와 공연·홍보 집적화 등 연극계의 요구를 충분히 고려해 대책을 고민하겠다. 3월 안으로 공론화의 장을 만들어 실질적인 지원을 끌어 낼 수 있게 공감대를 확산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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