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풍경] 위대한 정신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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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록 / 아우구스티누스

솔직함은 상처를 먹고 자란다. 그만큼 꺼린다는 말이다. 흉금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일지라도 숨기고 싶은 게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어린 시절 막무가내 떼를 썼던 일이나, 학창시절의 호기심이 불러온 불량한 행위들도 나이가 들면서 추억으로 사라지지만 결국 부끄러운 짓이었다는 사실은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기에 죄를 짓고, 또한 사람이기에 부끄러워하며 참회를 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히포의 주교가 되기까지 죄를 낱낱이 고백하며 인간과 신의 관계를 아름다운 문체로 표현한 책이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부로 손꼽히며, 천년 중세시대의 서막을 장엄하게 알린 사상가인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에는 한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신을 알게 되고, 왜 자신의 온 존재를 신에게 봉헌하게 되었는지 웅장한 대서사시처럼 펼쳐져 있다.

우연한 계기로 회심을 하면서부터 진리와 하느님에 대한 열정을 바치기까지의 여정을 훑으면 인간 정신이 얼마나 위대하며, 또 얼마나 높이 치솟아 오를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삶은 그 자체가 정신 승리의 표본이다. 그의 어머니인 모니카의 기도와 인도도 컸지만, 무엇보다도 진리를 찾으려는 정신의 쉼 없는 동력이 없었다면 삼위일체와 같은 신학의 웅장한 카테고리가 정착될 수 없었으리라.

하나의 사상이 만들어지기까지에는 선대의 수많은 정신사적 지류를 양분으로 해서 발효시키는 위대한 정신의 탄생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의미에서 아우구스티누스란 이름의 상징적 의미는 회심하면서 마침내 구원과 은총의 비밀을 엿보게 된 데서부터 뚜렷해진다.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고백록〉을 찬찬히 읽어본다면 그 여정을 감동에 젖은 채 확인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정신은 그가 태어날 때부터가 아니라 벼락같은 회심의 때로부터 싹트기 시작한다. 정훈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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