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진천 주민 “우한 교민 수용 안 막겠다"…천막·현수막 자진 철거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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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중국 우한 교민이 격리 수용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들이 '교민 수용 철회'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중국 우한 교민이 격리 수용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들이 '교민 수용 철회'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한 교민들의 격리 수용에 반발해온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주민들이 “수용을 막지 않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31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 주변 주민들은 우한에서 귀국한 우리 교민의 인재개발원 수용을 반대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 초사2통 마을회관에서 1시간 넘게 회의를 한 뒤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대신 이들은 정부와 충남도에 철저한 방역 대책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 주민은 “우리 교민을 무작정 막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면서 “천안이 안 되니 아산으로 결정한 정부 정책에 화가 났던 것”이라며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아산 시민들 사이에서는 교민들을 따뜻하게 포용하자는 여론도 퍼지고 있다. SNS에서는 귀국한 교민을 따뜻하게 품겠다는 의지를 담은 ‘We are Asan(우리가 아산이다)’ 캠페인이 번지고 있다. 한 시민은 페이스북에 “아산의 옛 이름 온양은 세종대왕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내려와 온천을 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했던 곳이다. 중국 우한이라는 타지에서 이유도 모르던 바이러스 때문에 힘들어했을 교민을 아산이 품을 좋은 기회”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세현 아산시장도 전날 페이스북에 “아산은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빠졌을 때 누구보다 먼저 분연히 일어났던 충절의 고장”이라며 “이번 기회에 지친 사람에게 힘이 돼주는 아산의 저력을 당당하게 보여주자”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아산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중국 우한 교민들을 환영한다는 글을 잇달아 게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산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중국 우한 교민들을 환영한다는 글을 잇달아 게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천 우한 교민 수용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우한 교민의 인재개발원 수용을 막지 않기로 하면서 농성 천막과 수용 반대 현수막을 자진 철거했다. 윤재선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처음부터 교민 수용을 반대했던 건 아니다. 반경 1.2㎞ 이내에 3만 명의 유동 인구가 있는 지역을 선정한 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리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수용 반대 입장을 철회하는 대신 철저한 방역을 통해 주민 안전을 보장하고 마스크를 지급해줄 것을 당국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이날 농성 천막을 찾은 송기섭 진천군수에게도 조속한 방역 등 안전 대책을 거듭 요구했다. 송 군수는 “확보한 마스크와 세정제를 인재개발원 주변 노약자에게 우선 지급하고, 물량을 더 확보해 배분하겠다”며 “인근 음성군에도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민 368명을 태운 정부 전세기는 이날 오전 8시께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검역을 거쳐 발열 증상을 보인 18명을 제외한 350명은 아산과 진천에 분리 수용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잠복기인 14일 동안 특별한 증상이 없을 경우 보건교육을 받은 뒤 귀가한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31일 오전 중국 우한 교민이 격리 수용될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진천 주민들이 수용 반대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전 중국 우한 교민이 격리 수용될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진천 주민들이 수용 반대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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