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기침증상까지 “돈 줄 테니 나도 검사해 달라”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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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기관과 대상이 확대된 9일 오후 부산의 한 종합병원 선별진료소 앞을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기관과 대상이 확대된 9일 오후 부산의 한 종합병원 선별진료소 앞을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검사 대상 기준이 완화되고 확진 검사가 가능한 기관이 민간 의료기관으로까지 확대됐다. 신종 코로나 검사 수행 기관과 검사 대상이 늘어난 만큼, 확진자 판단 속도와 후속 조치도 신속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가벼운 증상을 호소하며 검사를 요구하는 경우도 늘었지만, 감염 당국은 아직까지 검사 대상이 아니면 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중국 외에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나라를 방문한 이력이 있거나 △원인 불명의 폐렴 증상이 나타난 환자 중 의사가 의심환자로 분류한 자는 검사를 받을 수 있다.

7일부터 검사기관·대상 확대

의사 재량 따라 의심환자 분류

中 방문한 적 없어도 검사 가능

가벼운 증상도 확진검사 요청 쇄도

보건소·의료기관 업무과다 몸살

市 “대상 아니면 검사 못 받아”

이전에는 중국 우한시를 포함해 후베이성을 다녀온 뒤 14일 이내에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자와, 확진자와 접촉한 후 14일 이내 증상이 나타난 자 등으로 제한돼 있었다. 이번에 지역을 중국 후베이성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고, 의사 소견에 따라 의심환자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로 추가됐다.

민간 병원도 진단 시약을 사용해 신종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게 됐다. 7일부터 부산 서구 부산대 병원, 동구 씨젠부산의원도 확진 판정 검사를 실시한다. 그동안은 부산보건환경연구원에서만 확진 검사가 가능했다.


진단시약을 이용해 신종 코로나 확진 검사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과 검사 대상이 늘어난 만큼 후속 조치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검사 대상과 기관이 확대된 첫날인 7일 모두 17명이 신종 코로나 감염 검사를 받았다. 이후 8일 19명, 9일 22명(오전 11시 기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새 지침 적용 전인 6일과 5일은 각각 7명과 2명에 불과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기 전부터 의료진 판단에 따라 적극적으로 검사를 유도하고 있다”며 “새 지침으로 바뀐 이후에는 검사에 속도가 더욱 붙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함에 따라 검사 대상이 아님에도 확진 검사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져 각 구·군 보건소와 의료기관이 업무 과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A보건소 관계자는 “검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검사를 요청하는 일이 많아져 업무에 지장이 많다”며 “정부는 검사 대상이 아니면 검사받을 수 없다는 방침이어서,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검사를 받고 싶다고 해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장 모(29) 씨는 “최근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회사가 복귀 전에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소견서를 받아 오라고 요청해 왔다”며 “돈을 내고서라도 신종 코로나 감염 검사를 받고 싶은데,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기업들은 확진자나 의심환자 처리와 발생에 따른 방역 등 신종 코로나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어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7일 확진자가 발생한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소독· 방역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는 의심환자 발생에 따른 대책은 빠져 있고 대상 시설도 제한적이다.

지난 6일 GS홈쇼핑은 본사 직원이 신종 코로나 확진자로 판명돼 이날 오후 1시부터 8일 오전 6시까지 3일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본사의 직장 폐쇄를 강행했다. 직장인 김 모(33) 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방역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를 받았다. 보건 전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며 “확진자가 나오면 직장 폐쇄를 해야 할지, 소독만으로 충분한 건지 회사 내에 아는 사람이 없어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털어놨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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