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등록률 폭락, 생존위기 내몰린 지방대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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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4년제 대학들의 정원 미달이 현실화됐다. 18일 마감한 정시모집에서 등록률이 60~70%대로 폭락한 대학이 속속 나오면서 대학들이 충격에 빠졌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수도권 대학들이 정원을 줄이지 않고 버티면서 결국 아래에서부터 차곡차곡 무너져 내리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쓰러진다”는 말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부산지역 4년제 대학들은 18일 오후 4시 2020년 정시모집 등록을 마감했다. 추가합격자까지 등록을 끝내고 정시 모집을 마감한 결과 신라대의 경우 등록률이 60.8%, 동명대가 77.0%, 부산가톨릭대가 77.1%에 불과했다. 지난해 정시 등록률이 90% 중·후반대를 보이던 것에 비하면 ‘대폭락’이다. 부산지역 다른 사립대들도 등록률이 저조할 것으로 보여 오는 20일 시작되는 추가모집에 대학들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신라·동명·부산가톨릭대학

60~70%대로 곤두박질

작년 90% 중·후반대와 대조

정원 미달 우려가 현실로

“추가 모집에 사활 걸겠지만

결국 구조조정 얘기 나올 것”


부산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정시모집 마감 뒤 대학 관계자 모두 충격을 받은 상태”라면서 “추가 모집에 사활을 걸어야겠지만, 내년부터 대학들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구조로 들어갈 것으로 보여 벌써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한 관계자는 “올해 정시모집 등록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남은 정원을 채우기 위해 추가모집에서도 수시, 정시 못지않은 큰 입시 장이 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4년제 대학 간 학생 유치 경쟁은 물론 전문대 학생 빼내 오기 경쟁이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일부터 추가모집을 하더라도 예년과 같은 90% 후반대의 정원 충족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지원할 수 있는 학생 자원이 많이 없고, 전문대에서 빠져나오는 인원도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 대학의 경우 정원 1명을 채우지 못할 때마다 학교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 평가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게 돼 대학 재정이 더욱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내년에 실시하는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신입생 충원율과 재학생 충원율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하위대학으로 분류되면 재정지원이 끊어지게 된다.

교육부가 ‘먹이사슬’의 상층부에 있는 수도권 대학들의 정원 감축에 손을 놓으면서 지방 대학의 고사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주기(2014~2016년)와 2주기(2017~2019년)에 걸쳐 진행된 대학구조개혁은 지방대 고사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지만 결과적으로 지방대 정원이 더 많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7월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개최한 ‘중장기적 대학구조개혁과 대학평가 혁신방안 토론회’ 자료집에 실린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지역은 4년제 대학 정원을 2~3% 감축했지만, 지방은 17.5% 줄였다. 수도권 대학들은 그 와중에 정원 외 입학생 비중까지 늘려 ‘학생 쓸어 담기’를 하는 실정이다.

올해 고3이 되는 학생들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대학 모집 인원보다 대학 진학 희망 인원이 1만 6000명가량 모자라 지방 대학들이 존폐 기로에 내몰리게 된다.

이기욱 동명대 입학처장은 “특히 공대 계열의 학생 기피 현상이 심각해 대학 구조 조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면서 “4월 전까지 대교협에 정원 조정 관련 보고를 해야 하는 만큼 각 대학이 3월까지 정원 조정에 긴박하게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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