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이야기] 커피의 위기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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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후 스벅 아메리카노 한 잔, 3만 원 할지도… ”

커피는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음료수다. 지구촌에서 팔리는 커피는 하루 20억 잔 정도다. 현대인들에게 커피 없는 삶은 생각하기조차 힘들다.

전 세계에서 1억 2000만 명이 커피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연간 커피 생산량은 1000만 t 안팎이다. 기호식품 중에서는 무역량도 세계 최대 규모다.

역사상 가장 먼저 커피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이슬람의 ‘수피’였다. 9~10세기 성문화된 율법에만 매달리는 이슬람 문화에 반발해 영적 수행과 신비주의적 의식을 강조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가난한 삶을 자청해 소박한 음식을 먹고 거친 양모로 만든 소박한 옷을 입었다.

특히 에티오피아와 함께 커피의 원산지로 알려진 예멘의 수피들이 커피를 가장 먼저 즐겨 마신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종교적 의식을 치를 때에는 반드시 커피를 마셨다. 의식은 밤새도록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커피 카페인이 이들의 피로를 더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지구촌에서 연간 1인당 커피 소비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북유럽이다. 2016년 기준으로 핀란드(12㎏), 노르웨이(9.9㎏), 아이슬란드(9㎏)가 1~3위를 차지했다. 상위 10개 나라 중에서 10위 캐나다(6.5㎏)를 빼고 모두 유럽 국가들이다. 미국은 4.2㎏으로 25위에 그쳤다.

아시아에서는 1992~2017년 사이 25년 동안 일본, 한국을 중심으로 커피 수요가 연평균 6% 성장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성장률의 3배에 이르는 높은 수치다.

오랫동안 차를 즐기던 중국에서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커피를 선호하는 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는 1999년 베이징에 스타벅스 1호점이 문을 열었는데, 지난해에는 15시간에 한 개 꼴로 스타벅스 지점이 생겼다. 여전히 중국인 대다수는 인스턴트커피를 선호하지만, 젊은이들은 원두커피를 더 즐긴다. 중국에서 커피는 고급 와인과 같은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다.

커피는 키우기 쉽지 않은 작물이다. 가장 대중적인 아라비카는 기후에 매우 민감하다. 섭씨 15~24도의 기후에서 잘 자라며 풍부한 강우량을 선호한다. 아라비카 재배에 가장 적합한 곳은 해발 1000m인 남미 브라질의 미나스 게라이스 지역이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 소비량은 점점 늘어나지만 기후 변화가 미래 커피 생산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라비카는 기온과 강수량에 큰 영향을 받는데, 기후 변화로 기온이 높아지는 바람에 품질이 좋은 아라비카 생산에 큰 어려움이 생겨나고 있다.

기후 변화 탓에 커피 생산 지역도 점점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커피 생산지에서는 더 이상 커피를 재배할 수 없는 상황이 확산되고 있다. 주요 커피 생산국인 남미 콜롬비아에 있는 ‘국제열대농업센터’의 시뮬레이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커피 생산지역 가운데 절반 이상은 2050년 무렵에는 커피 생산에 적합하지 않은 땅으로 바뀔 것이라고 한다. 남미만 놓고 보면 80% 이상, 브라질의 경우 25%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라비카나 로부스타 같은 전통적 품종 대신 다른 품종이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전통적인 커피 생산국에서는 바뀐 기후에 맞는 새로운 커피 품종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다만 커피 품종 개량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다.

일부에서는 기후 변화가 더 심각해지면 커피가 언젠가는 고갈돼 버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커피 가격은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커피 한 잔을 사 마시는 가격이 지금보다 5배, 10배 이상 오른다는 것이다. 커피가 아무나 사 마시는 대중적 음료수가 아니라 부자만 맛보는 최고급 음료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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