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함께 이긴다] 서로서로 나누는 ‘희망 백신’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 12일 부산 동래소방서에 익명의 시민이 만든 비누와 편지가 전달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12일 부산 동래소방서에 익명의 시민이 만든 비누와 편지가 전달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자신이 가진 소소한 것들을 이웃과 나누며 ‘희망 백신’을 전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 ‘청진동 소문난 감자탕’은 지난달 말부터 음식 주문을 한 고객들에게 현금 2000원과 함께 손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착한 임대료’ 혜택받은 음식점

고객에 2000원·희망편지 전달

‘손바느질 마스크’ 기부 온정

소방서에 ‘수제 비누’ 배달도


가게 사장 조영진(50) 씨가 자필로 적은 이 편지에는 “임대인으로부터 ‘힘들 때 함께 나누자며, 이번 달 월세를 50%만 입금하라’는 전화가 왔다. 전화를 끊고 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2000원은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아주 적은 돈이지만, 임대인에게 받은 마음을 고객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이어 “고객들도 이웃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나누기를 바란다. 어려운 시기는 늘 있었지만, 우리는 서로 응원하며 잘 이겨 냈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배달 음식을 시켰다가 뜻밖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고객들은 배달 애플리케이션 리뷰나 SNS 등에 글을 올려 이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일부 고객은 자신의 기부금에 이 금액을 보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성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조 씨는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는 고객들의 리뷰를 볼 때면 가장 뿌듯하다. 모두가 힘들지만, 조그만 마음이라도 함께 나누면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13일에는 부산 강서경찰서 신호파출소 출입문 앞에 특별한 화이트데이 선물이 도착하기도 했다. 2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노란색 서류 봉투 안에 마스크 11장과 사탕, 손편지를 두고 간 것. 그는 손편지에 자신을 파출소 인근에 근무하는 지체 3급 장애인으로 소개했다. 이 남성은 “회사에서 받은 마스크가 많아서 조금 나누려고 한다. 너무 적어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위험할 때 가장 먼저 와주는 (경찰관들의)모습이 모습이 멋있고 자랑스럽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종류의 마스크가 담겨 있었는데, 하나하나 모은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 ‘청진동 소문난 감자탕’ 조영진 사장이 “코로나19를 함께 이겨 내자”며 음식을 주문한 고객들에게 전달한 손편지와 2000원. 독자 제공 부산 동래구 사직동 ‘청진동 소문난 감자탕’ 조영진 사장이 “코로나19를 함께 이겨 내자”며 음식을 주문한 고객들에게 전달한 손편지와 2000원. 독자 제공

지난 12일 동래소방서에도 익명의 선물이 도착했다. 상자에는 직접 만든 비누 35종과 편지가 들어 있었다. 익명의 기부자는 “수제비누로 (손을)씻으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안전하길 바란다”며 “묵묵히 현장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방대원들을 존경한다”는 뜻을 전했다.


영도구 주민 조직인 ‘영도맘’ 회원들과 자녀들이 이웃에게 전달하기 위해 직접 마스크를 만들고 손편지를 썼다. 영도구종합사회복지관 제공 영도구 주민 조직인 ‘영도맘’ 회원들과 자녀들이 이웃에게 전달하기 위해 직접 마스크를 만들고 손편지를 썼다. 영도구종합사회복지관 제공

영도구 주민조직 ‘영도맘’도 이웃에게 전달할 마스크를 아이들과 함께 직접 만들었다.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엄마, 할머니와 함께 마스크를 만들고 편지도 썼다. 이들이 만든 마스크는 무료급식소 대상자에게 대체식을 지급할 때 함께 배부될 예정이다. 북구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할머니가 손바느질한 마스크를 주민센터 직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동서대와 총학생회는 오는 30일까지 ‘코로나19 응원 기부 릴레이’를 진행한다. 학생들이 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코로나19 응원 메시지를 남기면 대학과 총학생회가 2000원을 기부한다. 동서대 관계자는 “기부 릴레이 이외에도 학생들이 직접 손세정제를 만들어서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등 국가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울산 중구지역 30여 명의 자원봉사자도 지난 9일부터 코로나19 상황 종료 시까지 지역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재능나눔 수제마스크를 제작해 배부하고 있다.경남 양산시 덕계동 세방산업 김인철 대표는 지난달부터 주민 피해 예방을 위해 지인 2명과 함께 지역 곳곳을 찾아 무료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집을 비롯해 노인정, 식당, 아파트 단지 등 매일 2~3곳씩, 지금까지 소독을 실시한 곳만 40곳이 넘는다.

서유리·김태권·권승혁 기자 yool@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