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강·읍 중심으로 동서남북 붙여 작명…'조선의 지명 작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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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함께하는 고개와 길] 675. 성북고개
/동길산 시인

19세기 초 지도인 ‘광여도’의 동래부 일대. 19세기 초 지도인 ‘광여도’의 동래부 일대.

조선시대 마을 이름은 어떻게 지었을까. 유서 깊은 데 말고는 대부분 단순했다. 밤나무가 많다든지 여우가 설친다든지 하는 지역 특성을 보편적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작명의 대세는 마을 위치였다. 마을의 위치가 동서남북인지 안팎인지 위아래인지 가늠해 작명했다.

동서남북은 그 중심이 성이나 강 또는 읍이었다. 성이나 강을 중심에 두고 성동 성서 강남 강북 등이라 했고, 읍을 중심에 두고 동면 서면 남면 북면이라 했다. 안팎도 그랬다. 읍에 있으면 읍내라 했고, 성 바깥에 있으면 성 외라 했다. 그러므로 이들 지명은 특정 지역 고유명사가 아니라 조선팔도에서 공통으로 쓰던 보통명사였다.

부산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요즘으로 치면 시청이 있던 동래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면을 두었다. 물론 지역 특성을 살린 면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세월이 흘러 인구가 늘고 면이 커지자 쪼갤 필요가 생겼다. 1, 2동 분동하듯 분면해야 했다.

어떻게 분면 했을까. 역시 단순했다. 상하로 나누었다. 동면은 동상면 동하면으로 나누었고, 서면은 서상면 서하면, 남면은 남상면 남하면이 되었다. 그런데 상하로도 모자라 상중하로 나눠야 할 면이 있었다. 어디였을까. 낙동강 모래사장을 낀 마을 사면(沙面)이었다. 뱃길 덕분에 부촌이 된 사면은 사상면, 사중면, 사하면으로 나뉘었다. 사상, 사하의 지명 유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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