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 변화무쌍한 색의 역사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미셸 파스투로 도미니크 시모네 /색의 인문학

웨딩드레스 하면 어떤 색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대부분 ‘하양’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불과 몇 세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웨딩드레스의 색은 화려하고 빛나는 빨강이었다. 이 색은 염색업자들이 가장 잘 만들어낼 수 있었던 색깔이었다.

중세 시대에는 성모 마리아의 영향으로 파랑이 여성적 이미지였고, 권력과 전쟁을 상징하는 빨강은 남성적 이미지였다. 하지만 남녀의 복식 색깔은 뒤바뀌게 된다.

신교도 종교 개혁가들에게 빨강이 부도덕한 색이었다. 그들은 붉은 옷을 입은 대탕녀 바빌론이 바다에서 온 짐승에 올라탄 요한 계시록의 한 장면을 근거로 들었다. 이 영향으로 16세기부터 남성들이 빨간 옷을 기피하게 됐다. 이후 파랑은 눈에 덜 띄는 색으로 여겨져 남성의 색이 되고, 빨강은 여성 쪽으로 이동했다.

〈색의 인문학〉은 변화무쌍한 색의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다. 프랑스 시사 전문지 〈렉스프레스〉 편집장을 역임한 저널리스트 도미니크 시모네가 색에 대해 질문하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중세사 연구가이자 색채 분야 전문가인 미셸 파스투로가 대답하는 형식이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색을 통해 그 상징성과 역사적·사회적 의의를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 미셸 파스투로·도미니크 시모네 지음/고봉만 옮김/미술문화/168쪽/2만 2000원.

김상훈 기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