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부산항, 환적 경쟁 치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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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향후 동북아에서 환적화물 유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항 . 부산일보DB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제조·공급망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데 이어 팬데믹 현상으로 유럽과 미주, 아시아 등 대부분 시장의 소비까지 위축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해운시장 동향 분석 기관들은 올해 물동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입 화물 감소가 동북아 항만의 환적화물 유치 경쟁을 더 가속화함에 따라 부산항 물동량 유지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글로벌 해운시장 분석 기관인 드류리는 최근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중국이 차지하고, 코로나19 사태로 물동량이 30% 감소한다고 추정했을 때 최소 2개월은 전년 물동량 대비 9%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드류리는 선사 공급 축소와 운항 스케줄 유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지난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런 불확실성 증가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3월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中 휴항 사태로 부산항 기항 늘어
3월까진 수출입·환적 물량 유지
이후 中 항만들 환적 경쟁 나설 듯
운영사 통합 등 대비책 서둘러야
현대상선 ‘초대형선’ 기회이자 위기

이어 BPA는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연도별 부산항 물동량을 분석한 결과 부산항 전체 환적화물 가운데 톈진 다롄 칭다오 등 북중국 3개 항만 환적화물 비중이 2001년 17.6%, 2010년 20.1%, 2019년 20.4%로 꾸준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올해부터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탓인지 북중국 3개항 환적화물 비율은 2010년에 비해 불과 0.3%포인트(P) 늘어나는 데 그쳤고, 올해 초부터는 중국에서부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중국 내 제조업뿐 아니라 항만 하역 작업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달부터는 유럽과 미국 소비도 움츠러들고 있다. BPA 관계자는 “수출입 화물 만으로도 항만 운영이 가능했던 북중국 항만들이 물동량을 유지하기 위해 환적화물 시장 경쟁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BPA 분석 결과 중국 대부분 항만의 올해 1~2월 물동량이 10% 전후씩 감소하는 와중에 칭다오항은 감소율이 1.4%에 그쳤다. 매주 서비스 노선이 100개에 이를 정도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가며 환적 경쟁력을 키운 영향이다. BPA 관계자는 “북중국 항만들이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워 환적 시장에 본격 뛰어들 경우 화물 유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부산항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운영사 통합 등 다양한 대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00년과 2019년 물동량 추이를 비교하면 부산항 전체 물동량에서 국적선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승세에 있다. 수출입 화물의 경우 2000년 33%에서 2019년 41%로 높아졌고, 환적화물은 2000년 32%였던 국적선사 비중이 2010년 26%로 하락했다가 2019년 31%로 회복됐다. BPA는 4월 1일부터 HMM(현대상선)이 디얼라이언스 해운동맹 회원사로 활동을 시작하고, 4월 첫 주부터 20피트 컨테이너 2만 4000개를 싣는 초대형선 12척을 차례로 인도받아 유럽 항로에 투입하면 국적선사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물동량 감소와 유동성이 커진 운임 등은 HMM에게 또 다른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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