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만든 담장 훌쩍 넘나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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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옥 개인전 ‘기억의 경계’

김인옥의 ‘기억의 경계 14’. 갤러리조이 제공

전통 사찰에서 볼 수 있는 꽃 문살 사이로 물고기가 헤엄친다. 새가 날아오른다.

김인옥 개인전 ‘기억의 경계’ 속 문살은 치유를 위해 자연과 만남을 끌어내는 매개체다. 문살은 문을 상징한다. 외부와 내부의 경계이면서 이면의 세계를 향해 뚫려 있다. 이를 넘나드는 물고기와 새는 물밑의 세계, 하늘 위의 세계와 소통을 의미한다.

한지에 혼합물감으로 작업한 그림의 색이 상당히 곱다. 전통 꽃 문살 이미지를 그대로 쓴 것부터 꽃이 핀 나뭇가지를 변형해 표현한 것까지 다양한 문살의 이미지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전통을 가져오면서 현대적 느낌을 살린 그림에서 봄이 느껴진다. 김 작가는 “색을 많이 보여 주고 싶었다. 구상적 요소가 많이 드러날 수 있게 작업하려고 바탕 처리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김인옥 작가가 기억의 경계를 통해 들여다보는 관계 속에는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느끼는 회한, 과거의 추억, 너무 슬펐는데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작가는 문살을 통해 아련한 기억의 돌다리를 두들겼다. 이 세계와 저 세계의 경계를 허물고 새와 물고기로 대비되는 순환을 한지 위에 풀어내는 과정은 작가 자신에게 치유의 과정이었다.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소통, 상호보완적 운명 공동체로서의 공생을 담아낸 동양화를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4월 1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갤러리조이에서 열린다. ▶김인옥 개인전 ‘기억의 경계’=4월 11일까지 갤러리조이. 051-746-5030. 오금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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