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 “아버지 허재보다 축구는 내가 더 잘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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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KT 허훈은 올 시즌 어시스트 부문 전체 1위, 득점 부문 국내 선수 2위를 기록하며 MVP급 활약을 펼쳤다. 올 1월 8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작전 신호를 보내는 허훈. KBL 제공

‘허훈 전성시대.’ 2019-2020 남자 프로농구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이런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허훈은 올 시즌 35경기에 출전해 평균 14.9득점에 7.2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어시스트 부문에선 2위 김시래(창원 LG)의 4.8개를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1위에 올랐고, 득점도 국내 선수 중 안양 KGC 송교창(15.0점)에 단 0.1점 뒤진 2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지 않았다면, 프로농구 최초로 득점 1위-어시스트 1위에 오르는 금자탑도 세울 수 있었다.


어시스트 7.2개로 압도적 1위
득점 부문 국내 선수 중 2위
사상 첫 20득점-20어시스트
MVP 후보 등 전성시대 열어
“부산KT 도약 기회 놓쳐 아쉬움
아버지 그늘 벗어나려면 멀어”


하지만 허훈은 시즌 조기 종료에 따른 개인 기록의 아쉬움보다 소속 팀 부산KT의 도약 기회를 놓친 것에 마음이 더 걸린 듯 했다. “팀이 상위권으로 치고 갈 수 있었는데 많이 아쉽다”면서 “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끝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당연한 조치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팀의 두 외국인 선수 앨런 더햄과 바이런 멀린스가 모두 시즌 도중 ‘자진 퇴출’한 것을 두고는 “허탈했다. 하지만 두 선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특히 시즌 초반부터 호흡이 잘 맞았던 멀린스의 이탈에 대해선 “스페인 리그로 갔는데, 거기가 더 위험해져서…”라며 다소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허훈은 지난해 10월 19일 창원 LG전에서 국내 프로농구 첫 9연속 3점 슛 성공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9일 안양 KGC와 경기에선 24득점 21어시스트를 올리며 프로농구 사상 첫 ‘20득점-2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 달성한 이런 대기록들에 허훈은 특별한 의미를 두진 않았다. “경기에 집중하고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라온 기록일 뿐이다”며 겸손해 했다.

허훈은 김종규(원주 DB)와 함께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물망에 올라 있다. 기록상으론 가장 유력하지만 팀 성적(21승 22패·6위)이 걸림돌이다.

그러나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MVP가 되면 좋지만, 안 돼도 상관없다”며 “농구 인생은 길기 때문에 최고 선수가 되기 위해 꾸준히 내 갈 길을 가고자 한다”고 대인배의 풍모도 보였다. 허훈이 MVP에 오르면 아버지 ‘농구 대통령’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에 이어 최초 ‘부자 MVP’라는 새 기록도 이루게 된다.

허훈은 늘 아버지 허재 전 감독과 비교되곤 한다. 그 점에 대해서 부담도 될 법 했지만 “어려서부터 계속 들어온 말이라 부담은 없다. 오히려 대단한 선수였던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더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딱 부러지게 답했다.

허재 전 감독의 예능 활동에 대해서도 “(감독 시절보다)스트레스 안 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가족으로서 보기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다. 하지만 축구는 내가 더 잘한다”며 웃어 보였다.

허훈은 웃는 얼굴이 인상적이다. 매사에 밝고 긍정적이다. 허훈은 “단순해서 그런 것 같다”며 “경기도 늘 즐겁고 재밌게 하려 한다. 그래서인지 진 경기는 빨리 잊히고, 이긴 경기는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다음 시즌엔 기억에 남는 경기가 훨씬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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