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연근해어업, 구조적 침체 막는 묘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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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고 부경대 교수·세계수산대학원 원장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지구촌 경제가 마비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진원지 중국을 거쳐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크게 확산하고 있고, 감염 속도가 빨라 과거 전염병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가 유럽이나 미국 등 주요 선진시장으로 확대되어 글로벌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극심한 경제시장 왜곡에 직면해 각국은 나름의 정책수단을 쏟아 내고 있지만 시장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장기화 가능성이 점차 짙어지면서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우리나라 연근해어업까지 덮치고 있다.

연근해어업, 코로나19로 위기 직면
구조적 장기 침체 막는 묘안 필요
시장 변화 중시한 조업전략 요구돼
연근해어업 중요성 재인식해야

가까운 바다에서 이뤄지는 연근해어업은 전염병이 창궐하면 다른 제조업보다 시장 변화에 취약한 식품산업이다. 코로나19는 생산과 수요의 단절이란 왜곡된 시장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연근해어업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위기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의 부진이 지속된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지금의 저생산 국면의 구조적인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산물 소비 심리마저 위축되어 수산물 수출 전망은 더 암울하다. 연근해어업에서 가장 큰 리스크가 바로 어장의 불확실성과 시장 불경기인데, 이 둘이 한꺼번에 겹쳐 위축된 연근해어업이 점차 구조적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지속된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의 생산 둔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왜곡에 따른 조업의 불확실성은 연근해어업을 전통적인 생산문제를 넘어 구조적 침체의 위기로 내모는 형국이다. 특히 연근해어업의 생산 둔화는 성격상 구조적 침체에 더 가깝다. 연근해어업의 구조적 침체는 주기적 해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극복에 수십 년이 걸린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 조업 위축이나 시장의 소비감소로 이어져 연근해어업은 회복 기미가 없는 L자형 구조적 침체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근해어업의 구조적 침체 장기화를 막는 묘안을 조기에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연근해어업이 당면한 어려움은 기본적으로 시장 왜곡에 대응한 생산구조의 유연성 문제이다. 이는 과도한 어획능력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어획능력은 시장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우선 많이 잡고 보자는 식의 남획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어업 관행의 산물이다.

연근해어업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려면 시장을 중시해 시장 변화를 봐 가면서 조업하는 ‘시장선호 생산구조’ 전략이 요구된다. 연근해어업이 시장선호의 생산구조로 바뀌면 어업의 경영기반은 자연스럽게 시장의 수익구조에 의존하게 된다. 즉, 조업을 해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남획의 악순환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선호 생산구조는 시장의 왜곡문제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시장중심의 어업세력 조절이 가능한 유연성 있는 생산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생산중시 어업이 아닌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소득중시 어업을 통해 코로나19의 시장 왜곡문제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가 수십년 전에 일어났다면 단순히 중국 한 지역의 전염병으로 끝날 일이었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는 세계화가 꼭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가치사슬로 엮인 우리나라 수산업은 생산과 소비 모두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므로 글로벌 가치사슬에 휘둘리지 않는 연근해어업 중심의 국내시장 수급체계 안정화 장치가 절실하다.

코로나19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와 중국·일본·서남아시아 등은 수산업의 글로벌 수급망에서 핵심적 지위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수산업은 우리나라 국내시장 수급과 직결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수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왜곡에 대비한 연근해어업 중심의 국내 수산물 수급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 다른 위기의 국제적인 수산물 수급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연근해어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시장을 기반으로 한 생산역량 확보에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나라 수산업은 연근해어업이 살아야 힘차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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