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분노는 어디를 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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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들썩이며 급기야 도쿄 올림픽마저 1년 뒤로 연기되는 일까지 생겼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뒤엎고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갈아치운 것이 있다. N번방, 박사, 텔레그램 등등.

뉴스에서는 그 내용에 대한 속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정신의학부터 범죄학, 심리학 등 내로라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분석을 담은 코멘트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분석의 양을 무색하게 할 만큼 국민들의 분노도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화가 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분노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은 아동 음란물이라고 할 수 없고 아동 및 청소년의 성을 착취해 금전적 이득까지 취했으니 성 착취물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하겠다. 인간이 가진, 특히 아직 정신적으로 강하지 않은 아동 청소년의 약한 마음과 그들이 가지는 가족에 대한 선한 마음을 이용한 극악한 범죄일 뿐이므로 그 범죄의 잔혹함과 가학적 측면에 대해서는 논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나라가 해결해야 할 것과 개인이 노력할 수 있는 게 따로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만 한다.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해 처벌하는 법의 근거나 기준의 마련은 개인의 생각만으로 되는 부분이 아니니 여기서 논할 수는 없음이다.

다만 성숙한 개인이 되기 위한 기본자세, 건강한 어른으로서의 자세, 보호자로서의 행동 등에 대해서는 몇 가지 짚을 수 있다.

이 사건의 가해자가 만든 성 착취물은 전해지는 바로도 잔혹하며 그 피해자가 명확히 아동과 청소년이므로 이런 성 착취물 제작에 직접 가담하지 않더라도 돈 주고 사는 것, 보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 만약 의도하지 않게 접촉을 했고 비정상적임을 감지하면 신고하는 것이 옳다.

가끔 이런 범죄 피해자를 비난할 때도 있는데 피해자는 피해자일 뿐이다. ‘네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당한 거지’식의 시선은 잘못됐다. 기존 사건들로 봤을 때 그런 시선이 예측되기 때문에, 혹은 피해 사실에 대해 말을 하더라도 자신이 보호받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어른이나 사회가 주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이런 사건이 발각되면서 처음 들은 사람들은 건강한 생활을 하며 지냈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행동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 피해자들은 자신의 약점을 미끼로 오랜 시간 시달려왔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몹시 약해져 있다. 이럴 때일수록 분노의 방향이 어디를 향할 것인지, 분노의 매듭을 어떻게 지어 마무리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건강한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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