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를 대하는 예능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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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놀면 뭐하니’ 사회자들(왼쪽 사진)과 이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뮤지컬 ‘맘마미아’의 한 장면. MBC 제공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사회자들(위)과 이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뮤지컬 ‘맘마미아’의 한 장면. MBC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TV 프로그램들이 내놓은 ‘방구석 예능’이 뜨고 있다. 제작 규모를 최소화하려고 내놓은 자구책이지만, 야외 촬영과는 또 다른 재미로 시청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는 코로나19 여파로 공연 기회를 잃은 아티스트들을 모아 ‘방구석 콘서트’ 특집을 지난 22일부터 방영하고 있다. 가수 이승환·지코·장범준, 밴드 혁오, 힙합 레이블 AOMG, 소리꾼 이자람, 뮤지컬 ‘맘마미아’ ‘빨래’ 팀 등 라인업도 화려하다. 이번 특집은 콘서트 실황 형식으로 전파를 탔다. 지난 28일 방송에서는 가수 송가인과 유산슬의 신곡 무대, 처진 달팽이의 2020년 버전 ‘말하는 대로’ 무대가 펼쳐져 시청자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산에 ‘방구석 1열’ 앞으로
‘놀면 뭐하니’ ‘런닝맨’ ‘코미디 빅리그’
방구석 콘서트·실내 미션·무관중 녹화
외부·시민 접촉 대신 ‘플랜B’ 예능 호응

MBC ‘끼리끼리’나 SBS ‘런닝맨’ 등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도 무대를 변화시켰다. 박명수·은지원·장성규·인교진·광희 등 ‘끼리끼리’ 멤버들은 실내로 자리를 옮겨 ‘극한 부업’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런닝맨’ 역시 SBS 사옥 내부와 펜션 안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콘셉트로 레이스를 꾸몄다. ‘플랜 B’로 선보인 아이템들은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이들 방송분은 평소 시청률인 6%대보다 높은 8%와 7%대를 각각 기록했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시민과 소통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방송 소재로 코로나19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즌 3 첫 방송인 지난 11일에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의료 봉사 중인 의료진과 영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코로나 사태의 최전선에 있으면서도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의료진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뭉클한 감동을 전하며 화제가 됐다.

지난달부터 녹화를 잠정 중단한 JTBC ‘한끼줍쇼’는 이달 초부터 스페셜 방송 격인 ‘한끼줍쇼 외전’을 내보내고 있다. 2016년부터 방송된 내용을 주제별로 재편집한 형식이다. 스페셜 방송에는 2017년 그룹 방탄소년단 진·정국의 집 방문을 허락했던 김제니 학생의 영상 편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학생은 “우리 집에서 진 오빠가 직접 요리해 줬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빌보드 차트 1위 너무 축하드린다”고 말해 팬들의 부러움을 샀다.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활로로 택한 ‘무방청’ 형식도 인기다. tvN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코미디 빅리그’는 지난달 25일부터 일반 방청객 대신 출연 개그맨을 방청석에 앉혔는데 반응이 뜨겁다. 무대에 오른 개그맨들이 방청석에 있는 동료에게 말을 건네고, 서로 리액션하며 흥을 돋우는 식이다.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이 포맷은 오히려 시청자에게 또 다른 재미를 전한다는 평을 받는다.

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은 “방송 특성상 외부 촬영에서 시민과 접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코로나 사태로 장소를 실내로 옮겨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프로그램의 기존 콘셉트와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현 상황에서 시청자의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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