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 아이들에겐 익숙한 환경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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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 현장을 찾아서

부산혜원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과 부산혜남학교의 골든벨 형태의 온라인 수업 화면,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학습하고 퀴즈를 풀 수 있는 창진초의 ‘창진홈스쿨’ 화면.(사진 위부터) 부산시교육청 제공
“아이들은 이미 받아들일 준비가 다 돼 있어요. 어른들이 망설이고 있을 뿐.”

‘미래형 수업’ 얘기를 쉽게들 해왔는데 막상 문 앞에 다다르자 덜컥 문 열기가 겁이 난다. 가보지 않은 세계니까.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모르니까. 하지만 아이들은 멀찌감치, 벌써 저쪽 ‘미래 교실’로 먼저 가 교사를 기다리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해본 많은 교사들은 “아이들이 너무 잘 따라와줘 힘이 나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겐 화상으로 만나고, 채팅으로 즉각즉각 소통하는 일이 ‘특이한’ 일이 아니다. 일상이다. 때론 프로그램을 잘 못 다뤄 허둥대고 있으면 “선생님 OO 클릭하셔서 △△ 하시면 돼요”라고 가르쳐주기도 한다. ‘교학상장(敎學相長)’. 아이들은 그래서 더 신이 난다.

부산진고, 24일부터 시범 수업 돌입
온라인 대면으로 막연한 불안감 사라져

김지혜 교사


■새로운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

25일부터 벌써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내고 있는 학교가 있었다. 일찌감치 온라인 수업을 해와 자리를 잡은 학교인가 했더니 아니었다. 지난 19일 온라인 수업으로 방향을 잡고 학생과 교사가 ‘으?X으?X’ 힘을 모아 기능을 익히고 빠르게 체계를 갖췄다. 이 학교는 온라인 수업에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ZOOM을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교사들 모두 유튜브와 자체 연수를 통해 프로그램을 숙지했다. 23일에는 모든 교사들이 학교로 나와 각 학년실과 교과실 등에 흩어져 화상회의를 했다. 3월 이 학교로 부임한 정선락 교장의 정식 부임인사도 ZOOM을 통해 했다. 정 교장은 “교사들은 기능만 좀 익히면 얼마든지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분들”이라며 “교사들의 역량을 믿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 보유’ 현황을 조사했더니 445명 전교생 중 2명이 장비가 없었다. 학교는 해당 학생들에게 학교 태블릿PC를 빌려가게 해 24일부터 시범 수업에 들어갔다.

27일 오후 1시 부산진고 ‘정치와 법’ 수업시간. “수업 내용과 초상권, 그리고 폰트까지. 여러 가지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 온라인 수업 동영상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다? 선생님에게 있다!” 인터넷에서의 ‘법’과 ‘책임’부터 단단히 일러주고 김지혜 교사는 수업에 들어갔다. 김 교사는 펜태블릿마우스(펜마우스)로 빨간줄을 그어가며 아이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할 학사 일정과 평가방법 등에 대해 알려줬다. “단원별로 훑어볼게요. 교과서가 있는 사람은 잽싸게 가져오고, 없으면 이 화면 캡처하셔도 됩니다.” (중략)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진 국가가 어디입니까?” “미국, 신라...난리 났네요. 그보다 좀 더 앞에 어디? 로마? 어디? 그리스 아테네 맞아요.” “진성이와 보성이 대답 잘 했어요.”

김 교사는 2학년의 경우 선택 과목 수업에 90% 정도가, 1학년의 경우 70% 정도가 사회 교과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대면 수업보다는 통제력이나 전달력이 좀 떨어지는 건 맞지만, 그래도 반 아이들 얼굴 보고 교사 얼굴 보고 목소리 듣고 하니 막연한 불안감도 사라지는 것 같아요.”

김 교사는 몇 차례 수업을 해본 결과 하울링 때문에 마이크를 따로 갖추는 게 낫다고 조언했고, 펜마우스는 조금만 써보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독려했다.


부산과학고, 교사들 수업 준비 완료
수업시수 인정 땐 개학해도 온라인 진행

 
정성오 교장

 
■알면 열리는 세계, 온라인 수업

“지금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냐 마냐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물적 환경이 아니에요. 엄청난 장비 갖추고 스튜디오 만들고 하는 건 옛날 방식이고요. 지금은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어서 간단한 사용법만 익히면 누구든 할 수 있어요. ‘얼마나 화려하게 할 것이냐’는 개인의 역량에 들어가죠. 이는 동기 부여를 통해 끌어올릴 수 있어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 대부분이 ZOOM이라는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는데 부산과학고는 ‘MS-팀즈’를 활용하고 있다고 해 27일 부산과학고를 찾았다.

정성오 부산과학고 교장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 하드웨어적인 장애 없이 수업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이라고 판단해 MS-팀즈를 골랐다”면서 “교육부에서 온라인 수업을 수업시수로 인정만 해주면 곧바로 수업에 들어갈 수 있게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도 학교에는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나와 있지 않았는데, 교사들은 대부분 집에서 MS-팀즈로 연결돼 수시로 회의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정 교장은 온라인 수업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28일부터 부장모임을 이 MS-팀즈로 시작해 이후 모든 회의를 MS-팀즈로 해오고 있다.

23일 본격적 온라인 수업 실시에 앞서 모든 1학년 입학생 100명에게 MS-팀즈 가입을 지시했고 학생들 전원이 가입 완료했다. 그 덕에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7차시에 해당하는 신입생 사전교육을 끝낼 수 있었다. 일부 교사들도 처음에는 ‘이걸 왜 해야 하느냐’며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일 잘 활용하는 교사 무리에 속하기도 한다고 했다. 부산과학고는 만일 4월 6일 개학을 하게 되더라도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이 많은 만큼, 수업시수로 인정해주면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운전을 못하던 사람이 운전을 시작하면 딴 세상이 열리잖아요. 스마트폰을 시작한 뒤 딴 세상이 열렸고요. 온라인 수업도 몰라서 두려움과 거부감이 있을 뿐, 알게 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예요. 코로나19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감염병이 또 등장할 수 있거든요. 물리적 제한 사태에 대한 대비가 온라인 수업인 거죠.”
 

■속속 ‘온라인 수업’으로 합류

중·고교뿐 아니라 초등학교와 특수학교에서도 온라인 수업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상구 창진초에서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자료를 활용해 학습하고 퀴즈를 풀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 ‘창진홈스쿨’을 운영해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북구 명진초 교사들은 유튜브와 학급 밴드에 리코더 악보와 동시, 종이접기 동영상 등을 업로드해 ‘온라인 교실’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특수학교인 부산해마루학교와 부산한솔학교는 자체 제작한 주별 8개 교과 2회분과 창의적 체험활동 5회분을 쌍방향 온라인 수업 플랫폼인 구글 클래스룸, ZOOM, 네이버 밴드를 활용해 수업하고 있다. 부산혜원학교도 자체 제작한 생활지도 영역, 학부모지원 영역, 교과 영역 등 온라인 자료를 ZOOM과 학급별 밴드를 활용해 공유하고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권혁제 정관고 교장은 “다양한 수업의 형태를 인정해주면 창의성이 발현돼 새로운 수업들이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우선 급한 고등학교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문제점이 나타나면 보완해 나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 지금 필요한 건 학교와 교사들을 적극 지지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현정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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