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 첫 긴급재난지원금, 정쟁보다 조속한 집행 힘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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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현금성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마침내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3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소득 하위 70% 국민을 대상으로 가구당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1인 가구는 40만 원, 2인 가구는 60만 원, 3인 가구는 80만 원, 4인 이상 가구는 100만 원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한 소요 규모는 9조 10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정부 추가경정예산 규모는 약 7조 10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1400만 가구를 대상으로 현금성 지원을 하는 건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 침체가 심각하다는 걸 방증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나라 정부의 재정 운용과 국민 복지, 경기 부양 방식이 아직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로 들어섰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시행하는 정부 역시 앞길에 어떤 장애물이 나타날지, 또 제 효과를 발휘할지를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발표를 지켜보는 국민이 마냥 환호의 박수만을 보낼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한 번도 안 가 본 길로 나선 현금성 지원
경기 살리는 승수 효과 발휘에 주력해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재난지원금의 목적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가 소득 지원, 둘째가 소비 진작, 셋째가 위로(慰勞) 표현이라고 했다. 모두 코로나19로 생긴 고통과 부작용을 해소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정부는 이 가운데 ‘소비 진작’에 중점을 둬야 한다. 지원 범위를 취약 계층에 국한하지 않고 최대한 넓히라는 요구는 경기 부양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어떤 경제 요인의 변화가 다른 경제 요인의 변화를 유발하여 큰 파급력을 낳는 이른바 승수 효과(乘數效果)를 노리기 때문이다.

소득 하위 70%라는 경계 설정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추후 가구원수별 소득 경곗값을 정해 별도로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대략적인 범위가 나왔지만, 실제 발표 과정에서 반론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대상 범위를 전체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은 이런 시비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었다. 정부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격언을 잊지 말기 바란다. 아울러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근로 빈곤층과 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를 향한 지원책 마련을 잊어선 안 된다. 3차 비상경제회의에 포함된 내용으로는 부족하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시행에 더 박차를 가해야 마땅하다.

가장 우려되는 게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시기이다. 정부는 정치 일정을 고려해 총선 직후인 4월에 국회에서 추경안을 처리하고, 5월 중순 전 지급하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코로나19에 따른 심각한 경기 위축을 생각할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대통령의 권한인 긴급재정명령 발동을 요구하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된 이유이다. 더욱이 총선을 앞두고 이를 놓고 여야 간 정쟁이 심해질 개연성이 높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적정 여부를 정파적 이해관계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예상된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재난을 앞에 놓고 이전투구를 벌인다면 민심은 떠날 수밖에 없다. 총선 표심을 잡으려면 지원금의 조속한 집행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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