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가격 폭락 17년 만에 최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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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감소와 산유국 간 유가 인하 경쟁 등으로 국제유가가 폭락 중인 가운데 30일 한때 브렌트유 가격이 17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5월물 30일 한때 23.03달러
텍사스산 원유도 20달러 수준
코로나19 사태 수요 감소 여파
부산 지난주 휘발유 L당 1403원


30일(이하 한국시간) 한국석유공사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물 가격은 이날 오전 7시 11분 전장보다 배럴당 7.6% 떨어진 23.03달러를 보였다. 이는 2002년 11월 이후 17년 4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 가격도 장중 한때 배럴당 7.4% 내린 19.92달러에 거래돼 20달러를 밑돌다가 현재는 20.70달러로 올라섰다.

호주 커먼웰스뱅크의 원자재 애널리스트인 비베크 다르는 “수요 우려가 치명적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시장을 무너뜨리고 있는 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최근 행보를 이어가려 한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저장고 보관 비용이 오히려 유가를 초과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마이너스(-) 유가도 등장했다.

실제로 이달 중순 아스팔트 제조용 고밀도 유종인 ‘와이오밍 아스팔트 사우어’는 배럴당 -0.19달러로 가격이 제시됐다.

원자재 투자 전문가인 개리 로스 블랙골드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원유 실물 시장이 멈춰섰다”면서 며칠 안에 WTI와 브렌트유가 배럴당 10달러대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재앙적인 수요 감소에 직면하면서 물류가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3월 넷째 주에도 두바이유가 전주 대비 배럴당 3달러 하락해 26달러를 기록했다. 2월(54.2달러) 대비 반토막 난 수준이다.

WTI는 3주 전인 지난 9일 24.6% 급락했고, 10일 전인 17일에는 배럴당 30달러 선이 붕괴해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국제유가 폭락 여파가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1주일 만에 최대 낙폭을 경신하는 등 9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실제로 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주간 단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L당 41.8원 하락한 1430.5원이었다. 하락 폭도 5년 만의 최대 낙폭(31.6원)을 기록한 지난주보다 확대됐다.

3월 넷째 주 주간 휘발유 가격을 지역별로 보면 부산은 전주보다 L당 평균 42원 하락한 1403원이었다. 서울은 전주보다 L당 평균 35.7원 내린 1524.2원을 기록했다.

전국 주유소 경유 가격도 전주보다 L당 평균 45.3원 급락한 1237.4원이었다.

국제유가가 3월 들어 50% 이상 폭락하면서 국내 주유소 기름값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유가는 2∼3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석유공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석유 수요 감소 전망 등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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