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쇼트커트’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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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 김혜수. SBS 캡처

`아무도 모른다’ 김서형. SBS 방송화면 캡처
'본대로말하라' 진서연. OCN 방송화면 캡처

‘하이에나’ 정금자, ‘아무도 모른다’ 차영진, ‘본 대로 말하라’ 황하영…. 최근 안방극장을 뜨겁게 물들인 여자 캐릭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쇼트커트’. 귀가 드러날 정도로 짧은 헤어 스타일을 한 드라마 여주인공들이 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외형 변화를 넘어 성 역할에 갇히지 않은 ‘젠더 프리’의 상징이 됐다. 작품의 최전방에서 사건을 진두지휘한다는 점에서 ‘걸 크러시’ 캐릭터보다 한 단계 나아간 모습이다.

김혜수·김서형·진서연 캐릭터 화제
고정관념 탈피 적극적·주도적 역할
외양 변화 넘어 ‘젠더 프리’ 상징 표현

SBS 금토 드라마 ‘하이에나’ 속 ‘정금자’가 대표적이다. 배우 김혜수가 연기하는 이 캐릭터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거침없이 달려온 인물. 극을 전면에서 이끄는 야망 있는 변호사 캐릭터다. 짧은 머리와 단정한 슈트 차림은 자유롭고 당당한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김혜수가 작품의 중심에 서서 사건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은 기존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 틀을 과감히 깼다는 평을 받는다.

이 작품에서 정금자 비서로 나오는 ‘이지은’도 그렇다. 오경화가 연기한 이 캐릭터는 긴 머리 스타일에 늘씬한 몸매를 강조했던 기존 드라마 속 비서와 사뭇 다르다. 간단한 쇼트커트에 안경을 착용한 채 빠르고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 금자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때론 사건 해결의 실마리도 제공하는 철두철미한 성격의 캐릭터다.

SBS 월화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의 ‘차영진’ 캐릭터도 눈여겨볼 만하다. 배우 김서형이 맡은 차영진은 카리스마 넘치는 베테랑 형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1팀 팀장으로 모든 계급을 특진으로 진급해 ‘경찰청 전설’로 불리는 인물. 세심하면서 강단 있는 성격으로 경찰의 선망으로 불린다. 남성 캐릭터와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이야기를 앞에서 이끈다는 점에서 이전 여자 캐릭터들과 차이가 있다.

최근 종영한 OCN 토일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의 진서연도 광역수사대 팀장인 ‘황하영’으로 변신해 시청자의 호응을 받았다. 범인을 검거하기 위한 판을 설계하고 지휘하는 캐릭터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들과 몸을 아끼지 않고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진서연이 그린 하영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드라마의 묘미를 살렸단 평을 받았다.

과거 드라마에선 여자 캐릭터의 짧은 머리를 ‘반전’을 위한 보조 장치로 썼다. 긴 머리 주인공이 심경의 변화가 있거나 불가피한 이유로 ‘남장’에 나설 때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여자 캐릭터가 갈수록 변모하고 있다.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이라며 “‘쇼트커트’도 변화의 일환이다. 이전에 있었던 여성 캐릭터의 고정관념을 탈피해 온전한 캐릭터로 우뚝 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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