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부모 향한 그리움 ‘닻 내린 빈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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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출 시인 첫 시집 펴내

부산에서 활동하는 박용출 시인이 첫 시집 <닻 내린 빈 배>(사진·해암)를 냈다. 여든의 시인이 펴낸 시집에는 그리움의 정서가 짙게 배어 있다. 고향 창원시 진해 연도에 대한 향수, 부모에 대한 회한의 감정이 새겨져 있다.

삶의 풍파를 겪은 시인은 ‘그리움의 시원’인 고향을 관조적으로 바라본다. ‘늦어버린 세월 앞에/돛대 세울 누구 없이/초연히 닻 내린 빈 배/세월은 흐르네 인생도 흐르네’(‘닻 내린 빈 배’ 중).

시인은 1970~80년대 부산 영도 대평동 바닷가 조선소 풍경을 떠올린다. 당시 영도에 살았던 시인은, ‘깡깡이 마을’ 여인들이 끌처럼 생긴 망치로 배의 녹을 떨어내는 신산한 삶의 풍경을 매일 접했다. 이젠 그리움의 대상이 된 그 시절 풍경을 시로 버무려냈다. ‘수건을 동여맨 아낙들은 해머만 쥐면/지휘자 없는 교향곡이 연주되고/철선 외곽에 줄 사다리/오르락내리락 녹슨 흠집 때리면/무지갯빛 수채화 음률을 그린다’(‘깡깡이 예술마을’ 중).

시인은 시대적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시로 길어 올렸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지난해 4월 16일에 쓴 시가 그렇다. ‘바다에서 가쁜 숨 몰아쉬어/피어난 꽃, 유채꽃/천지를 노랗게 물들이고/향기조차 잃은 눈물의 유채꽃!’(‘유채꽃’ 중).

김상훈 기자 ne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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