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이긴 롯데 김상호 “기쁨과 눈물로 그라운드 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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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연습하는 롯데 자이언츠 김상호. 부산일보DB

지난 30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

롯데 자이언츠 1군(홈팀)과 퓨처스(원정팀) 간 펼쳐진 교류전은 야구 그 이상이었다. 그 속에 인간 승리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6회 초 투 아웃 주자 1루 상황. 원정팀은 대타를 내보냈다. 등 번호 66번을 단 김상호(31)였다.

지난 30일 1군-퓨처스 교류전
암 투병 2년 만에 첫 타석
서준원 상대 역전 투런포

2018년 원정 숙소에서 혼절
뇌종양 3기 판정 ‘날벼락’
두 차례 수술, 12번 항암 치료
야구 일념 하나로 견디고 버텨

상대 투수는 서준원이었다. 시속 150km대의 강속구를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로 유력한 5선발 후보다.

1구는 변화구. 김상호는 낯선 듯 그냥 흘려보냈다. 2구째 바깥쪽 낮게 제구된 직구가 들어오자 김상호의 방망이가 공중을 갈랐다.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하늘 높이 솟은 공은 그대로 좌측 펜스를 넘어갔다.

김상호는 뛰는 걸 잊고 한참이나 타구를 바라봤다. 설마 넘어간 걸까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공이 거의 펜스를 넘어가는 걸 확인하고서야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기 시작했다. 김상호의 얼굴에는 기쁨과 눈물, 만감이 교차했다.

5회 말까지 1-2로 뒤지던 경기를 뒤집는 역전 투런 홈런이라 그렇게 기뻤던 게 아니다. 이날 홈런은 김상호에게는 역전 홈런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암흑 같았던 암 투병의 끝을 알리는 희망 그 자체였다. 그것도 2년 만에 들어선 첫 타석에서 그는 마침내 절망을 부숴버렸다.

김상호에게 악몽이 찾아든 것은 2018년 5월. 원정 경기 숙소에서 그는 거품을 물고 혼절했다. 급히 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사는 뇌종양 3기 진단을 내렸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그는 그즈음 타격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2012년 2차 7번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했다. 하지만, 김상호는 좀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2군에 주로 머물렀다.

뇌종양을 극복하고 복귀한 롯데 자이언츠 김상호가 지난 3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1군-퓨처스 교류전에서 6회 초 좌월 투런 홈런을 치고 홈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마침내 잠재력이 터졌다. 1군에서 114경기를 뛰며 타율 0.290, 홈런 7개, 56타점을 기록했다. 주전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본인 만의 스윙을 갖추면서 상황 대처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그러나, 불운은 그의 몫이었다. 붙박이 주전의 꿈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을 때 그만 암 진단을 받았다. 김상호는 “야구를 다시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상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해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고난도 뇌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1년 동안 12차례에 걸친 항암 치료를 받았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먹는 족족 토하길 반복하면서 참고 또 견뎠다. 다시 그라운드에 서겠다는 일념만이 인고의 동력이었다. 치료받는 틈틈이 구단이 특별히 배려해준 일정에 따라 훈련하고 몸을 만들었다.

그렇게 2년이 흘러 사직야구장 잔디를 다시 밟고, 복귀 첫 경기 첫 타석에서 홈런을 쏘아 올렸다. 비록 자체 평가전이지만 스스로 칭찬해 주기에 충분했다. 홈에 들어온 김상호를 동료들이 크게 반겨 준 것도 그의 인간 승리에 대한 축하와 격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상호는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구단과 팬들에 감사드린다”면서 “더 열심히 준비해 꼭 1군 무대에 다시 설 때까지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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