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교황의 '코로나 특별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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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격을 받았고, 3만 명 이상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짙은 어둠이 촘촘히 우리의 광장과 거리, 도시를 뒤덮고 있다. 귀가 먹먹한 침묵과 고통스러운 허무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멈추게 한다. 우리는 길을 잃고 두려워한다. 코로나19 앞에 농락당한 지금 우리의 처지가 이렇다.

스러져 가는 수많은 주검 앞에 생명도 거미줄처럼 가난한 신세가 돼 버렸다. 깊은 공포감과 절망감이 우리를 감싼다. 존재의 허무함이 그림자처럼 짙다.

세상을 살다 보면 자신의 힘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쩌면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 아닐까. 우리는 나약하기에 그땐 종교인이건, 비종교인이건 기도를 하곤 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천천히 가로지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폐쇄돼 인적이 끊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엊그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에서 코로나19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원해 달라는 간곡한 기도를 했다. 교황은 라틴어로 ‘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뜻의 ‘Urbiet Orbi’ 특별 기도를 통해 “온 인류가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을 이번 전염병이 상기시켰다”며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주님께 구원을 간청한다”고 호소했다. 교황은 또 “우리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으며 너무나 연약하고 길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동시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우리 모두 함께 노를 젓고 서로 위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절체절명의 이 위기에 온 인류가 연대하고 사랑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교황의 기도는 15분간 이어졌다. 교황은 지난 15일 이탈리아 로마 시내의 산타 마르첼로 알 코로소 성당을 찾아 ‘기적의 십자가’ 앞에서 코로나19 종식을 바라는 기도도 올렸다.

시인 정호승은 시 <봄길>에서 이렇게 읊었다. ‘(중략)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보라/사랑이 끝난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라고. 교황이 기도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교황의 절실한 기도가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는 전 인류에 부디 위로가 되길 기대해 본다. 어둡고 긴 인고의 터널을 빠져나오면 빛이 있듯이, 교황의 기도처럼 인류가 연대한다면 이 위기는 분명 사라질 것이다. 밖은 봄기운이 호들갑이다. 지구는 여전히 생명의 곳간이다. 정달식 라이프부장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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