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전협상제도 기간 단축, 부산시 선거 바람 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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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모두가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건설업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발주 취소와 분양·착공 연기로 지역 업체의 연쇄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산시가 마침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건설업계의 일감 확보를 지원하기 위한 ‘6대 정책, 24개 중점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순수한 뜻에서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중점 과제 가운데 관급 건설공사의 신속 발주 및 건설투자 활성화 여건 조성 등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지역건설업체 역량 강화 및 지역우수업체 하도급 홍보 활동을 통한 지역업체 참여 확대 도모도 새롭지는 않지만 충분히 해 볼 만하다.

하지만 그동안 시가 펼쳐온 정책 기조와 너무 달라서 4·13총선을 앞두고 선심성으로 급조한 게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사전협상제도의 협상 절차를 간소화해 사업 추진 기간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협상 기간이 단축되면 시간에 쫓긴 졸속 협상으로 개발사업 공공성 강화라는 당초의 취지를 살리기가 어렵다. 개정된 사전협상제도 지침이 적용되면 기장군 한국유리 부지 개발사업의 경우 건설사의 바람대로 대규모 주거시설이 들어서기 쉬워진다. 부산의 해양관광을 살리기 위한 히든카드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시가 최고 높이 120m를 상한선으로 하는 지역 건축물의 고도 제한 규정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도 상식 밖이다. 부산의 해안선은 전국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초고층 건물들에 둘러싸여 이미 숨이 막힐 지경이다. 시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부산 건축선언’에서 건축이 대규모 개발 사업과 난개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을 반성해 놓고서 벌써 잊었던 말인가.

코로나로 힘든 건설업계 지원한다지만
난개발·특혜 의혹 불러 재고해야 마땅

게다가 부산시가 코로나를 이유로 자연녹지 내 건축물 용도 규제를 완화하고, 각종 건설·건축 관련 위원회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니 우려스럽다. 말이 좋아서 ‘민간투자 활성화’이지 지금처럼 규제 완화에만 초점을 맞추면 난개발의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건설 사업은 아무리 과정을 단축해도 시행하려면 최소 1~2년은 걸린다. 코로나 사태 극복과 건축 절차 간소화가 얼마나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려고 한다는 오해를 사기에 십상이다. 코로나로 인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비상 상황을 맞아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방역 요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일상의 불편이나 다소 무리한 요구도 코로나 극복을 위해 이해하고 있다. 공익을 위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부산시의 이번 조치가 진정으로 코로나 극복이라는 공익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사전협상제 과정 단축, 높이 규제 완화, 자연녹지 용도 완화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 때문에 일시적으로 허락을 해주면 차별적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부산시는 선거를 앞두고 오해를 받을 만한 특혜 행정을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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