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여분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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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소가

한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 준다는 걸 알고 난 후

나의 여생이 바뀌었다

백날을 함께 살고

백날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가슴속에 품고 있던 공기마저 온기를 잃었다

초점 잃은 눈동자로

내 몸은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리의 세상을 펼쳐보기도 전에

아뿔사,

나는 벌써 죄인이었구나

한 사람에게 남겨줄 건 상처뿐인데

어쩌랴

한사코 막무가내인 저 사람을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배영옥 시집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중에서-

한 사람의 미소가 한 사람의 마음을 뺏을 때가 있다. 그때 한 사람이 사랑에 빠지지 못한다면 미소의 낭비라고 할 수밖에. 그러나 막무가내로 사랑에 헌신하는 한 사람이 있다면 본의 아니게 죄인이 되어버린다. 이 시는 시한부 선고를 받아 사랑할 시간마저 낭비해버린 한 여인의 애절한 이야기다. 지금 건강한 우리도 모두 시한부 생명 아니겠는가. ‘지금 이 시각’은 매분 매초 지나간 시간이고 새로 도착한 시간이다. 사랑할 시간이 얼마 없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사랑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종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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