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만에 준비하라니”… 디지털격차 해소·서버 구축 등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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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전국 모든 학교의 개학을 온라인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개학을 5주나 연기한 상황에서 또 연기를 하자니 2주 뒤 상황이 크게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고, 학사일정과 교육과정 차질만 예상됐다. 그렇다고 개학을 하자니 코로나19로 인한 위험과 국민 불안감이 여전해 ‘고육지책’으로 순차적 온라인 개학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브리핑에서 “등교 개학을 위한 기준인 ‘최근 확진자 발생 현황’과 ‘감염증의 통제 가능성’ ‘학교의 개학 준비’와 함께 대입에서의 지역 간 형평성, 개학에 대한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개학 4번째 연기
학사일정 등 감안 ‘고육지책’
학교마다 준비 부족 아우성
“온라인·등교수업 병행 실시”
교육부 지침도 혼선 불러 

교육부가 4월 9일부터 단계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기로 결정한 31일 부산 북구의 한 중학교 교실이 텅 비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학교 현장의 우려

가장 시급한 것은 스마트 기기 대여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 지역 학교 학생 중 1만 1808명이 스마트 기기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무선인터넷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학생이 1331명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은 이들에게 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PC를 대여할 계획이며, 모자라는 일부 고등학교의 경우 예비비를 편성해 구입하겠다고 했지만 기존 기기의 성능이 문제다. 부산의 한 학교 관계자는 “단순히 기기 보유 대수만 보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몇 년째 안 쓰고 둔 것들까지 집계에 잡혀 있기 때문에 수업을 듣기에 문제가 없이 잘 돌아가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래픽 증가로 인한 서버 다운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 다른 학교 교장은 “EBS 라이브 특강에서도 보았듯 전국 모든 학교가 전면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을 때 생길 수 있는 트래픽 장애 등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면서 “원활한 화상 프로그램 이용을 위해 마이크로 소프트나 구글 등과의 협약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학교 현장은 와이파이, 기자재 등 기초적인 준비도 되어 있지 않으며, 교사 개인이 온라인 수업 장비들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온라인 수업 플랫폼과 EBS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도구의 안정성을 점검하고 학교의 통신 환경 구축과 웹캠 등 기자재를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지침 ‘허술’

평가와 관련한 부분도 학교에서 난감해하는 부분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각 교육청에 원격수업 운영기준안을 배포한 바 있는데 운영기준안에 따르면 중간고사 등 평가는 등교 개학이 가능해질 때 실시한다고 했다. 31일 브리핑에서도 교육부는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는 방안을 언급했는데, 그 이유 또한 중간고사 등 지필평가 때문이었다. 교육부는 중·고교가 1학기 지필평가를 생략하지 않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각각 5월 말과 7월 말에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온라인으로 수업한 내용을 얼마나 시험 범위에 넣을 수 있을지, 5월 말에 과연 시험을 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교육 의존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온라인 상에서의 평가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수행평가도 할 수 없다.

교육부가 인정하기로 한 원격수업의 유형과 관련해서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앞서 원격수업 운영 형태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을 들었는데, 이 중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인정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다. 한 교장은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의 경우 온라인으로 과제를 내고 피드백을 받는 형식인데, 이는 교사 개입이 되지 않아 온라인 수업으로 보기 힘든 것 아니냐”면서 “쌍방향 수업을 하는 학교와 이런 식의 과제 수행만 하는 학교와는 수업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시 학생부 작성 마감일의 경우도 당초 교육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종전과 같은 11월 30일로 발표해 반발을 샀다. 이와 관련 교사노동조합연맹에서도 “이렇게 되면 수능 전 기말고사를 쳐야 해 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고 현장 반발도 이어져 교육부가 뒤늦게 이를 12월 14일로 수정했다.

■교육 격차 해소 어떻게?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다. 온라인 수업을 잘 들을 수 있는 환경에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의 교육 격차는 곧 정부가 가장 중요시하는 ‘공정’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학생과 다문화 학생이 원격수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은 어느 정도 나왔지만 여전히 어른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맞벌이 가정의 저학년 학생과 취약계층의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수업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온라인 수업의 도구가 되는 스마트 기기와 인터넷을 사용하는 가정 환경 등에 따른 교육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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