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대구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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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쟁 중인 대구 파견 자원 부산 남구보건소 ‘어벤져스 5인방’

코로나19 관련, 대구 의료지원을 마치고 복귀한 부산 남구보건소 직원들. 왼쪽부터 이주정 씨, 이솔 씨, 이은주 의약관리팀장, 유준경 씨, 성예진 씨. 부산 남구청 제공

“그저 가서 도와준 것밖에 없는데, 이게 기삿거리가 될지 모르겠어요.”

31일 남구보건소 이은주 의학관리팀장은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대구 파견 근무가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며 겸손해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들이 대구행을 결정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가족 완강한 반대 불구 지원 강행
확진자 주변인 능동 감시 ‘사투’
“병원·치료센터 포화상태 안타까워
더 빨리 가지 못해 미안할 뿐…”

이 팀장과 이주정(간호 6급) 씨, 성예진(간호 7급) 씨, 이솔(간호 8급) 씨와 유준경(〃) 씨 등 부산 남구보건소 직원 5명이 대구 파견을 자원해 지난달 11일부터 24일까지 2주 동안 업무를 수행하고 무사히 돌아왔다. 그들을 두고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이 시대의 진정한 ‘어벤져스’라는 칭송이 자자하다.

‘코로나19 최전선 풍경’이라 하면 의심 증상자 검체를 채취하고, 확진자를 돌보는 의료진이 떠오를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확진자 주변의 밀접접촉자를 찾아내고 이들을 관리하는 ‘능동 감시’ 역시 매우 중요한 전선의 한 축이다.

부산 16개 구·군에서 대구에 의료 지원 인력을 파견한 보건소는 남구보건소가 유일하다. 이 팀장을 비롯한 직원 5명이 모두 대구로 달려가겠다고 자원했지만, 가족들이 완강히 반대했다고 한다. “무조건 대구로 가야겠다고 하니까, 가족들은 왜 제가 꼭 거기에 가야 하는지 물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파견 직원 모두가 가족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코로나19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는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이 팀장 등이 대구 북구보건소에 도착하니, 관리해야 할 확진자와 접촉자들이 하루에 1500명 이상 쏟아졌다.

지원팀은 확진자가 나오면 본인에게 알려주고 확진자 동선과 주변인까지 파악한 뒤 밀접 접촉자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주는 일을 도맡았다. 또 2주 동안 자가격리된 밀접접촉자들에게 하루 두 차례 전화해 이들의 증상을 질병관리본부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는 것도 주된 업무였다. 데이터가 폭주할 때는 하루에 3000건까지 입력했다고 한다.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10시를 훌쩍 넘겨 숙소로 돌아올 때가 많았다.

이 팀장은 “자가 격리된 사람이 기침하는지, 발열 상태가 있는지 정확히 자료를 입력해야 한다”며 “지원팀 모두 눈의 피로를 호소했는데, 힘들어도 안약을 넣어가면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확진자들은 가족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가급적 빨리 가고 싶어 했지만, 대구의 모든 병원과 센터가 포화상태였다”며 “확진자분들에게 집에서 기다려 달라고 할 때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의료지원팀이 대구에서 돌아오던 날, 마침 남구보건소 앞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보건소 직원들이 들고 있던 환영 팻말에는 “벚꽃 구경은 못 가도 벚꽃보다 아름다운 그대들을 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 팀장은 올해로 보건소에서 35년째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으로 타지에 지원을 나간 건 처음이라고 한다. 그가 2주 동안 대구에서 체득한 가장 귀중한 교훈은 무엇일까.

“대구에 가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진작 가서 도왔다면 대구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봐요. 이럴 때일수록 더 넓게 전체를 보면서 대처해야 할 것 같아요.”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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