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문수·이재오? 정치개혁의 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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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시선] 통합당 후보 출마 장기표 정치적 소신인가 변절인가

김해을 미래통합당 장기표 후보가 자신의 정치 이력과 이념, 올 4·15 총선에 임하는 자세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쓰는 저 촛불집회의 진정한 주인은 길바닥에 앉아 ‘박근혜 퇴진’ ‘새 대한민국’을 외치는 저 민초들이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2017년 촛불집회를 보고 저렇게 외친 이가 장기표(75)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다. 그가 올 4·15 총선 김해을 선거구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섰다.

김해을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곳으로 현 문재인 정권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맞부딪는 형국의 올 총선에서 김해을은 그런 상징성 때문에 전국적인 관심 선거구가 됐다.

‘전태일’을 세상에 알렸고 군사정권 시절 숱한 수배와 투옥 생활을 했던 그다. 1987년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정책기획실장으로서 ‘김대중 지지’를 호소하는 옥중 편지는 지금도 회자된다. 1990년에는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함께 진보 성향의 민중당을 창당했다.

말하자면, 보수로 분류되는 통합당의 후보로선 전혀 어울리지 않은 이력인 것이다. 통합당 후보로 나선 그를 이해 못 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변절이라고 비난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도 그는 강행했다. 정치개혁의 선구가 되겠다고 호언한다. 그의 생각은 도대체 무엇인가.



군사정권 시절 숱한 수배·투옥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
오랜 기간 동안 진보이념 고수
文 정권 심판 나서 전국적 관심

"촛불집회, 진정한 민주주의
현 정권도 도덕적 문제 많아
현실적 대안으로 통합당 선택

모든 국민은 행복할 권리 가져
당선 여부 떠나 계속 노력할 것”


-제2의 김문수·이재오가 되려는 건가.

“전혀 틀린 말이다. 이재오, 김문수하고 민중당 할 때까지는 그래도 진보 정당, 진보 이념을 함께 가지고 활동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저쪽으로 가고 나서는 (길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지금도 전혀 다르다. 그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민중당 때도 그랬고 지금도 진짜 진보주의자임을 자처한다.”



-진짜 진보, 가짜 진보가 따로 있나.

“진보주의자는 두 가지 내용을 가져야 한다. 하나는 인간의 해방된 삶을 추구해야 한다. 인간해방이라고 하면 어렵다. 자아실현이라는 말이 쉽겠다. 자아실현의 세상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구조가 혁명적으로 변해야 한다. 이 두 가지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진정한 진보다. 현재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 전혀 아니다. 민주노총? 인간해방이 아니라 이기적 자본주의에 의해 살고 있다. 고임금, 기득권 그런 문제가 아니다. 노동운동의 대의를 상실했다. 그들에겐 전태일이 없다. 노동 속에서의 기쁨을 찾지 않는다. 노동자 전체의 이익도 대변하지 않는다. 다른 세력도 마찬가지다. 정의당? 인간해방을 추구하나? 아니다. 정치권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 땅의 진보 지식인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진보 이념이 저급하고 천박하다.”



-진보 쪽에서는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말인가.

“난 사회주의를 추구하지 않는다. 진정한 진보는 사회주의로는 안 된다. 민중당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노동자 계급? 나는 노동자 계급의 진보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김문수가 나를 두고 화형식을 가진 적도 있다. 솔직히, 1987년 7월 노동자 대투쟁 때도 사실은 우리 재야가 다 해놓은 뒤에 노동자들이 나온 거 아닌가. 지금 진보라는 쪽에서 나와 뜻을 같이하는 이는 없다.”



-그런 생각이라면 통합당은 더 거리를 둬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당 등 저쪽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 운동권 운운하는데 운동권의 생명은 도덕성과 헌신성에 있다. 조국 사건을 보면, 저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의당은 민노총에 의지한다. 그들이 진보적이라면 민노총을 비판해야 한다. 통합당이 옳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런데 저쪽은 주체사상에 사로잡혀 있다. 통합당은 그런 게 없다. 나는 솔직히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통합당에 들어왔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닌데, 혼자 하니 사람이 달라붙지 않더라. 그래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다. 또 하나, 문재인 정권 때문이다. 문 정권, 이대로라면 안 된다. 경제도 그렇지만, 도덕적으로 그러면 안 된다. 이 정권은 종식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문 정권에 부화뇌동하는 세력과 같이할 수는 없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 즉 통합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선거까지 여섯 번이나 도전해 다 떨어졌다. 당도 수차례 만들거나 바꾸었다. 정치적 신념 부족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민중당, 민주국민당, 녹색사민당, 정통민주당 등 거쳐간 정당이 많지만, 이익을 따라 옮긴 일은 없다. 민중당도 계속 유지하지 못한 건 돈이 없어서였다. 민중당이 끝나고 김문수한테 한 번 더 같이하자고 했더니 ‘형님, 돈이라도 구해 오면서 같이 하자고 하소’ 그랬다. 정당을 많이 한 건 만든 정당마다 2% 득표를 못해 해산이 돼서 그런 것이다. 지금은 정당투표가 있지만, 그때는 없었다. 후보자를 많이 낼 수 있어야 2%를 얻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변절? 내가 이 나이에 뭐 하려고 변절하겠나. 나는 스스로 정치 문화재로 자부하는 사람이다. 나의 정치 이력에 조금이라도 손상되는 일은 절대 안 한다.”



-2017년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당시 촛불시위에 격정적 발언을 했다. 지금도 생각은 같은가.

“당시 나는 촛불집회에 한 번도 안 빠졌다. 촛불집회를 보면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새삼 느꼈다. 대통령 탄핵?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 물론 불미스러운 일이지만 민주주의 나라라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어야 된다. 촛불은 역사적으로도 민주주의의 굉장한 성과다.”



-최근까지 가졌던 서울에서의 반문재인 집회와는 결이 다르지 않은가.

“다르지 않다. 난 대중 투쟁을 통해 현 정권을 끝내려 했다. 전광훈 목사와는 이념이 맞지는 않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내가 집회를 주도했을 것이다. 반문 집회는 꽤 오랫동안 준비했다. 지난해 4월 13일부터 집회를 열었다. 많은 계층, 많은 사람을 만나며 준비했다. 그런데 조국 사태가 쓰나미처럼 덮쳐버리더라. 그렇게 되니 작은 규모의 집회는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전광훈은 돈으로 광고하면서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모았지. 그래서 다들 전광훈이 집회를 주도하는 걸로 알게 된 거다. 돈이 없던 난 눈물을 머금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 또 떨어진다면, 그 후 행보는 어떻게 되는 건가.

“‘모든 국민이 자아실현을 통해 행복을 누리는 국가 건설’이 나의 출마의 변이다. 돈 없어 공부할 수 없는 학생, 돈 없어 병원 갈 수 없는 환자, 돈 없어 굶고, 집 없어 고통받는 국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내가 주장하는 이념은 굉장히 소중한 것이다. 이것이 좋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 이념이 아니면 사회 붕괴와 인생 파탄을 막을 수 없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고, 당선 여부를 떠나 이번 선거 후에도 그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kmyim@busan.com


◆장기표 후보 약력

●경남 밀양 출생

●김해 한림초·진영중

●마산공고

●서울대 법과대학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현)

●통합신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

●전태일재단 이사장

●녹색사민당 대표최고위원

●한국사회민주당 대표

●민주국민당 최고위원

●민중당 정책위원장

●유신독재, 긴급조치9호 등 복역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관련 수배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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