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투표도 장갑 끼고…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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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영 영상콘텐츠팀장

오는 4·15 총선 투표소에는 일회용 위생장갑이 비치된다고 한다. 집에서 김치 썰 때나 쓰던 비닐장갑을 투표소에서 보게 되다니, 참 별일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투표소 찾는 걸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선관위가 내놓은 고육책이다.

<부산일보> SNS에도 ‘투표소 내 도장이 찜찜해 투표하러 갈 수가 없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린 적이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기표용구를 사용해야 하니, 손소독제만으로는 안심이 안 됐나 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일회용 장갑이다. 하지만 선거일에 발생할 적지 않은 비닐 쓰레기는 또 어쩌나. 지난해부터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한창 탄력 받고 있었는데, 코로나19는 이마저도 망쳐놓고 말았다.


'도장 찍기 찜찜' 의견에 일회용 장갑 등장
선관위, 대기줄 간격도 1m 이상 유지키로
사회 분위기 침체 속 드라이브스루만 활황
비대면 강의 위해 아프리카TV 접속 교수도


이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기 꺼리는 사람들을 위해 이쑤시개나 면봉 같은 걸 비치해 놓은 곳도 적지 않다. 매일 쓰는 일회용 마스크도 환경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 같다. 역시 코로나19가 문제다.

코로나19 탓에 투표 참가 인원이 준다 해도 대기줄은 예년보다 길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선거인 간의 간격을 1m 이상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낀 채 서로 대화도 자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지방선거 때 교실 앞 복도 정도까지 이어졌던 줄이 이번엔 학교 운동장을 가로지를 수도 있겠다. 멀리서 보면 침묵 시위나 독특한 플래시몹 현장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감염병 예방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주식도, 경제도, 우리의 심리도 가라앉게 한 코로나19가 활성화한 것도 있다. 바로 드라이브스루(승차 구매) 문화다. 한때 일본에 드라이브스루 장례식장이 있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번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드라이브스루 진료소를 만들어 다른 나라를 놀래고 있다. 부산 남구에는 초스피드 워킹스루(도보 진료) 부스까지 등장했다.

이뿐인가. 차에 탄 채 활어회를 구입할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 행사가 경북 포항에서 열리기도 했다. 전국의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의 드라이브스루 고객도 평소보다 20~30% 늘었다. 어느 40대 독자가 남긴 “내 평생 드라이브스루로 햄버거를 사 보긴 처음”이라는 댓글이 잠시나마 웃음을 줬다. 햄버거 하나 사면서 ‘내 평생’까지 거론될 일인가 싶지만, 구매 행태나 습관을 바꾸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 이 어려운 일을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가 또 해내고 있다.

빈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 혼자 온라인 강의를 하는 진풍경도 생겨났다. <부산일보> 영상콘텐츠팀이 취재한 부산대의 한 교수는 아프리카TV로 물리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열렬한 호응에 별풍선까지 받게 된 김복기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그는 “나는 BJ가 아니라 교수”라고 재차 강조했다. 얼떨결에 받은 별풍선 30개를 학생들에게 다시 돌려주겠다는 그는 “30개 곱하기 60원(별풍선 개당 수익) 하면 1800원인데, 교수가 1800원 벌려고 강의하는 게 아니다”며 웃었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으로 학생들이 평소 즐겨쓰는 아프리카TV를 택하고, 장비를 구매해 일주일간 공부했다는 교수의 유연성과 노력은 남달랐다. BJ처럼 수업 전 음악을 틀어 분위기를 띄우고, 채팅으로 학생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그러나 유례 없는 온라인 개강으로 대학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 곳곳에서 혼란도 벌어진다. 부산의 다른 대학에서는 한 강사가 동영상 강의 도중 트롯트를 열창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일부 대학의 비대면 강의는 부실하기 짝이 없어 학생들 사이에서 등록금을 깎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달 중 개학을 앞둔 초·중·고교도 온라인 강의 준비가 턱없이 부족해 일선 학교 현장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봄꽃들의 아우성도 한창이지만, 코로나19 시대에 꽃놀이는 사치다. 각종 축제 취소 기사에 이어 봄꽃 명소의 출입 통제를 알리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찍어낸 듯 비슷비슷한 기사 속에서 새로운 벚꽃 명소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일보>가 최근 차량 통제 소식을 보도한 경남 사천의 선진리성이다. 드론으로 찍은 아름다운 풍경 사진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런 명소가 있었는데, 왜 여태 몰랐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올봄엔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에 따르기로 하고, 내년 봄을 위해 ‘찜’해 둬야겠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부산일보>가 엄선한 MVP(Must Visit Place·꼭 가 봐야 할 장소)를 영상에 담아 소개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 바란다.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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