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난지원금, 지자체 부담 지우지 말고 전액 국비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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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사상 첫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 기준 논란에 이어 정부·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갈등까지 겹치면서 잇단 혼란에 휩싸인 형국이다. 다급한 민생 지원 현안으로서 말 그대로 ‘긴급’한 집행이 요구되는 마당에 이렇듯 매끄럽지 못한 정책 과정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사는 편치 못하다. 정부 계획은 9조 1000억 원 규모의 재난지원금 가운데 80%를 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20%는 지자체가 분담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산이 쪼들리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조차 수용하기 버거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일선 지자체 재정 형편을 고려치 않은 일률적 분담금 떠넘기기는 문제가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불거진 혼선의 양태는 다양하다. 예컨대 경기도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본소득과 시·군이 주는 긴급생계비를 중복으로 지원하되 재난지원금은 정부 부담분 80%만 주기로 했다. 서울·대전도 지자체 몫 재난지원금 20%에 더해 이미 발표한 재난생계비 포함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몇몇 지자체는 그냥 정부 재난지원금으로 통일하는 모습이다. 지자체별로 재난지원금 규모나 지급 방식이 재정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경우 20% 예산 확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돈이 나올 구멍이 뻔한 지방정부가 재정자립도를 고려치 않는 중앙정부의 정책 허점에 반발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재정자립도 고려 없이 일률 분담 무리
정부가 지자체 몫 줄일 묘안 찾아내야

부산시 역시 재난지원금 전액을 국비로 지원받아야 할 만큼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지역 재난지원금 규모는 모두 7251억 원이다. 이 중 시가 충당해야 할 부담액은 145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보편적 복지보다는 지역 여건을 반영한 선별적 지원에 방점을 찍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의 입장에 따라 부산시는 이미 지난달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800억 원 이상의 자금 지원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추가로 가용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다 재난지원금 기초지자체 분담설까지 흘러나와 일선 기초지자체까지 연쇄 혼란에 휩싸이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사정이 이렇게까지 된 데 대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늑장 대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선 코로나19 피해 구제 차원에서 각종 자금 지원책을 마련했는데 뒤늦은 정부 정책이 되레 부담을 가중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고통을 겪는 국민에게 비상금을 풀어 생활고 해소와 소비 진작을 꾀하려는 정부 의지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정도로 대규모의 자금 지원 정책이라면 좀 더 섬세하고 촘촘해야 한다. 정부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부담을 덜거나 아예 없앨 수 있는 방안, 혹은 분담률을 차등 적용하는 묘안 등을 적극적으로 찾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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