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북항 2단계 시행사 부산시의 이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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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 해양수산부

지난달 30일 오후, 오거돈 부산시장은 “북항 재개발 2단계에 부산시가 시행사로 직접 참여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1차 공모 때부터 입찰을 준비했던 부산항만공사(BPA), 부산도시공사(BMC),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하고 지난달 31일 사업 의향서를 냈다. ‘북항 재개발 2단계는 시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시를 움직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항만재개발 사업에 시행사로 참여하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엄청난 국·시비를 투입하거나, 특혜 수준의 아낌없는 행정 지원 정도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시의 모습을 보면 두 가지 역할 모두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시는 사업비가 2조 5000억 원이 넘을 사업에 재원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 북항 재개발 1단계의 핵심시설인 오페라하우스도 1단계 조성 시행사인 BPA 도움 없이는 못 올리는 형국이다.

개발 사업비로 시가 국비를 왕창 확보해 올지도 모르지만, 이 또한 2030 엑스포가 북항 2단계에 유치될 때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엑스포가 무산된다면 시가 국비를 대거 따올 명분은 급격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행정 지원은 시가 시행사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부산의 대표적 도심 재개발 사업인 만큼 당연히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이다.

북항 재개발 2단계 성공을 위해 시는 면밀하고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 철도 시설 이전부터 등록엑스포 유치까지 북항 재개발 2단계 사업에는 리스크가 산재해 있다. 컨소시엄 역량으로 개발이 어렵다면 이전과는 다른 북항 2단계를 위해 민간 참여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계획해야 한다. 북항 재개발 지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어느 곳보다 많이 필요한, 부산에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2030 등록엑스포 유치에 얽매여 개발 절차가 늦어지고 북항 재개발이 비전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시는 명시적으로 이름만 걸친 시행자로 남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4개 기관이 참여한 컨소시엄의 공식 명칭은 ‘부산시 컨소시엄’이라고 한다. 통상 컨소시엄 명칭은 최대 지분을 가진 회사 이름을 쓰는 것이 관례다. 시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업비 투입 계획이 없지만 4개 기관은 협의 끝에 부산시 컨소시엄으로 서류를 제출했다. 부산시 이름을 쓰는 것이 향후 국비 지원 등을 받는 데 유리한 점이 이러한 명칭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사업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지지부진했던 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을 거울삼아 컨소시엄 대표 기관으로 이름을 올린 부산시, 2단계에서만큼은 반드시 이름값을 해야 할 것이다.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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