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위기 내몰린 영세 학원… 더 커진 학원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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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온라인 개학 그늘

교육부가 단계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1일 오후 부산 북구의 한 초등학교 교문에 학생들을 기다리는 마음이 담긴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소득에 따른 교육격차는 더 커지고, 대형 학원과 영세 학원의 희비도 크게 엇갈릴 것.”

온라인 개학 시대를 맞아 학원가에서 쏟아지는 ‘촌평’이다. 학원들은 IMF 이후 경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직업군이 재편된 것처럼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도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며, 학원도 그 지각변동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학원들 자본력 바탕 대응
스타 강사 앞세워 ‘규모의 경제’
학생 떠나는 영세 학원은 ‘위기’
과외 시장으로 눈 돌리기도
소득 따른 교육격차 심화 우려

우선 대형 프랜차이드 학원들은 ‘1타 강사’(스타 강사)만 있으면 오히려 온라인 강의를 앞세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대형 학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온라인 화상 수업으로 전환하고 학습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자본력이 있다 보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 시 즉시 대응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산 수영구 한 프랜차이즈 학원은 올 2월 말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컴퓨터, 휴대전화 등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EBS 연계 특강 프로그램, 공부 습관을 길러 주는 학습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해 학습 공백 사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또 남구의 한 프랜차이즈 학원도 정부의 휴원 권고를 준수하면서 지난달 말부터 전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했다. 이들 학원은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며 기존 학원비를 그대로 받고 있다 보니, 학원 운영에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반면 영세학원들은 폐업의 기로에 서 있다. 부산학원연합회 한 관계자는 “요즘 소규모 학원 원장들과 연락만 하면 하는 소리가 ‘이제 뭐 먹고 살아야 하느냐’다. 학원 문을 닫으려고 하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이 하나둘씩 학원을 끊으면서 예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등교 개학이 무한정 미뤄지면서 그마저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일부 보습학원의 경우 눈총을 받고서라도 문을 열고 있지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들은 이마저도 못하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 기준 부산의 학원·교습소 휴원율은 60.8%다.

한 학원 관계자는 “정부가 대출을 해 준다고 해 갔지만 은행이 서류만 받아 쌓아 놓을 뿐 누구도 대출금을 받았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서 “요건도 까다롭지만 은행이 정말 대출해 줄 마음이 있는 건지, 시늉만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영세학원들은 하나둘 ‘과외 시장’으로 발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소규모 학원 관계자는 “현재 학부모들이 감염 위험에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려고 하지 않다 보니 과외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많은 강사가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개인 과외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과외 시장은 커지고 갈수록 폐업하는 영세 학원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운대구와 강서구 등지에서는 소규모 그룹 과외나 개인 과외 등이 행해져 오히려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학원 관계자는 “결국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소득에 따른 교육격차는 더 커질 수 있고 양성화된 학원보다 음성화된 과외 시장이 더 커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형·이현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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