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차별·선거운동 제한” 진입부터 기울어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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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톡] 신인 후보가 힘든 점

<부산일보> 정치부 ‘즉문즉톡’ 채팅방에서 정치 신인들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후보들이 답하고 있다.

<부산일보> 정치부 ‘즉문즉톡’ 채팅방에서 정치 신인들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후보들이 답하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을 위한 선거는 이제 제발 그만.”

21대 국회의원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1일, 이번에 데뷔하는 총선 신인 후보들을 <부산일보>의 총선 기획시리즈 ‘즉문즉톡’ 여야 단톡방에 별도로 불러 모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역대급 ‘깜깜이’ 선거가 진행되면서 신인 후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겹게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부산 18개 선거구 중 더불어민주당에선 7명, 미래통합당에선 8명이 이번 총선에 첫 출전한다. 이들에게 물었다. “무엇이 가장 힘드냐”고.

여야 모두 “선거법, 현역에 유리” 성토
예비후보 등록 전 출마 여부 못 밝히고
선거운동 허용 범위도 극히 제한적
“신인은 365일 출마예정자 자격 줘야”
“예비후보 기간 일정액 비용 보전을”


민주당 사하을 이상호 후보가 운을 뗐다. 이 후보는 정치 신인들에게 유독 높은 총선 진입 장벽을 1번부터 6번까지 번호를 붙여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신인은 1억 5000만 원, 현역은 3억 원을 모을 수 있는 후원금부터 차이가 시작된다고 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젊은 정치인의 출마가 부진한 주요 요인으로 신인에게 불리한 선거비용 제도를 꼽고 있지만 여전히 선거법은 그대로다. 이어 이 후보는 현역 의원들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인턴을 제외하고 7명의 실무인력과 함께 선거를 준비하는 반면, 신인에게는 전혀 지원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정보고서와 의정보고회 개최 권한도 현역들의 큰 무기라고 덧붙였다. 예비후보 등록 이전에 출마여부를 밝힐 수 없는 선거법상 ‘맹점’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선거법의 목적이 돈을 묶고 입은 푼다는 취지라면 정치신인에게는 365일 국회의원 출마예정자라는 자격을 법적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산진을에 출마한 같은 당 류영진 후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얼굴을 알릴 기회가 줄었든 상황이 아쉽다고 말했다. 류 후보는 “상대 후보보다는 스킨십이 강하고 인물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악수도 못하게 되면서 손해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예비후보 등록 이전에 후보 사무실 문을 열 수 없는 제도로 민원접수나 당원들 모임 장소를 구하는데도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류 후보는 “지구당 사무실 부활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야당 후보들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동래에 출사표를 낸 통합당 김희곤 후보는 “선거운동 방식이나 선거 사무에 관한 것들이 너무 틀에 맞춰져 신인들에게는 조금 불리하지 않으냐는 생각”이라며 “경직된 선거운동이나 선거 사무도 유권자 중심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제의 통합당 이주환 후보는 예비후보 제도로 신인들에게 선거운동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명함 배부 등으로 그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라 주민들과의 소통에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주민들이 원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약 수립을 위해서는 소통이 가장 중요한데 정책간담회와 같은 비정치적인 모임조차 할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더 좋은 공약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했다.

통합당의 금정 백종헌 후보는 복잡한 선거법이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백 후보는 “선거법 준수와 깨끗한 선거를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받아 행동해야 한다”며 “조금 더 명확하고 세부적인 설명이 된 유권해석집 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같은 당 기장 정동만 후보는 “코로나19 사태로 대면접촉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예비후보 기간에도 어느 정도의 비용을 보전해 주는 제도적 뒷받침을 해준다면 청년과 정치 지망생들이 부담 없이 정치에 입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 후보는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19 사태에 지역사회 바이러스 차단과 경각심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20L 분무기에 소독약을 꽉 채워 어깨에 메고 다니다 보니 몸무게가 10㎏ 이상 빠져 다이어트도 저절로 했고, 방역을 통해 군민 건강도 챙기고, 민심도 없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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