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생명과 철학의 넘나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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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물질 / 다치바나 다카시 도네가와 스스무

은 ‘100년에 한 번 있을 대 연구’의 내용과 의미를 캐는 책이다. 198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 분자생물학자 도네가와 스스무를 인터뷰한 것이다. 그런데 내용은 인문학과 철학을 넘나들고 있다.

우선, 도네가와의 업적은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을 새로 규명한 것이었다. DNA를 통해 면역체계를 그대로 물려받는다는 기존 정설을 넘어서서 그는 기본 유전정보만 물려받고 유전자 재조합과 돌연변이를 통해 스스로 면역체계를 만들어낸다는 새 학설을 증명해냈다고 한다. 인간 면역 시스템을 물질 고유 성질들의 상호작용으로 명쾌하게 설명해냈다는 것이다. 이것의 함의가 만만찮다. 즉 생명을 물질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종내는 정신이란 것도 그렇게 설명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다.

물질적 작동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면 결국 생명의 모든 것은 결정돼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자유의지와 신의 존재는 한낱 추상에 불과한 것일까. 생명현상은 물질의 기본 작동 원리대로 발현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무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모든 것은 결정돼 있으면서 결정돼 있지 않다고 한다. 즉 필연과 우연의 긴장관계 위에 서 있는 듯하다고 한다. 생명은 물질의 화학적 진화에 의한 것이며, 물질의 해명이 가속화되면 철학 인문학 예술의 위상도 바뀔 거라고 한다. 다치바나 다카시·도네가와 스스무 지음/한승동 옮김/곰출판/336쪽/1만 8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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