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가 전쟁과 한반도의 석유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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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복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장

3월 초만 해도 배럴당 50~6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최근 20달러 대로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 침체 및 석유 수요 감소 우려가 큰 가운데 산유국들이 증산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우디-러시아 간 유가 전쟁이 촉발한 이러한 유가 급락은 그 어느 분야보다 불확실성이 크고 예측하기 어려운 석유시장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석유시장은 중동 산유국뿐만 아니라 미·중·러 등 강대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다. 2018년 미국의 이란 제재 이후, 석유의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 수면 위로 떠 오르기도 했고, 2019년에는 사우디의 정유시설이 드론에 의해 피격되기도 했다. 석유는 전쟁과 테러의 이유이자, 지금과 같이 경제적 갈등의 요인이기도 했다. 경제적 요인과 지정학적 요인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국제유가는 2000년 이후 낮게는 배럴당 20달러, 높게는 140달러를 넘는 등 주기적으로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이러한 국제유가의 급등락은 석유개발 분야의 투자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유가에 영향을 끼쳐왔다. 개발에서 생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석유 사업의 특성상 투자 위축이 바로 공급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해도, 시차를 두고 수급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상반기까지의 고유가 상황은 미국의 셰일 붐 등 급격한 생산량 증대를 초래했고, 이후 이어진 유가 급락은 투자 급감을 불러왔다. 석유의 수요는 꾸준한데, 공급과 그것을 위한 투자는 주기적으로 변동해온 것이다.

앞으로 특별한 석유시장의 반전 요인이 없다면 상당 기간 저유가가 지속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지난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위축되어 왔던 석유개발 투자는 더욱 감소할 것이다. 경제성이 보장된 소수의 프로젝트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문제일 뿐 코로나19는 언젠가 종식되고 석유 수요도 회복의 순간을 맞을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석유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지금의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고, 석유시장은 유가 급등락이라는 또 한 번의 불안정한 파고를 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저유가 시기에 어떠한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 것인가? 막대한 양의 석유를 해외에 의존하는 석유 수입국은 어떠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석유 수입국은 유가의 등락에 상관없이 국가의 에너지 자원에 대한 생산 능력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석유의 수요는 유가 변동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은 비상시에 즉각적으로 활용이 가능하고, 개발 역량과 인적 자본을 축적해간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 석유회사들은 오랜 기간 한반도 해상 지질구조를 탐사해왔으며 동해에서 다수의 유망구조들을 도출하여 기술 평가를 완료하였다. 2004년 7월 동해-1 가스전에서 생산을 개시한 이래로, 한반도에서 추가로 석유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 시점에서 투자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저유가 상황이 계속된다면 석유개발에 필요한 시추선 용선비 등 제반 비용도 동시에 내려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의 석유개발은 지리적인 장점으로 인하여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탁월하고 즉각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래에 대비하는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다.

2000년 이후 유가는 최저 20달러에서 최고 140달러 사이를 오고 갔다.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유가 변동에 압도되지 않고, 시간을 이기며 침착하게 우리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국제 유가의 반복적인 급등락과 국가 간의 첨예한 이익으로 요동치는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제공된 기회를 활용하여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냉철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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