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의 문화본색] 연결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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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공연예술팀 기자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만날 수 없지만 만나는 시대다. 무슨 말인가 하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된 지금, 만나고 싶어도 친구와 동료를 쉽게 만날 수 없다. 문화예술계로 옮겨오면 2월 말부터 지금까지 공연장 임시 휴업으로 예술가와 공연장에서 호흡하는 일은 요원하게 됐다.

그런데도 평소 만나고 싶었던 아티스트를 만날 기회는 많아졌다. 모니터 앞에서다. 국내외 유수의 예술단이 앞다퉈 유튜브에서 명품 공연을 생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도, 미국 뉴욕 메트 오페라단의 오페라도,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발레도 방구석 1열에서 볼 수 있다. 세계 최고 연주와 공연을 무료로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세계는 생각보다 연결돼 있다는 걸 감염병 사태로 새삼스레 깨달았다.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게 된 세계인은 온라인으로 좋은 공연을 보며 교감하기도 하고 같은 취미 생활을 공유하고 있다.

달고나 커피의 유행이 그 예 중 하나다. 먼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작한 한국에서 시작됐고 SNS를 통해 유행하는 놀이가 됐다. 커피와 설탕을 수천 번 이상 휘저어 달고나처럼 만든 뒤 우유에 얹어 먹는 커피로, 잉여 시간이 많아야 할 수 있는 놀이다. 영국 BBC는 ‘Dalgona coffee’를 만드는 법을 푸드 섹션에서 소개해 화제가 됐다. 한국 가정에서 시작된 소소한 놀이가 지구 반대편 가정까지 침투한 셈이다.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먼저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된 중국과 한국에서 영화제와 영화 개봉 연기가 속출했다. 칸 영화제는 지난달 초만 해도 강행 의지를 보였지만, 프랑스 내 감염증 확산에 연기를 선언했다. 칸 영화제가 세계영화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할 때 다른 영화제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할리우드도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할 때만 해도 영화 개봉 일정에는 영향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결국 ‘뮬란’ ‘블랙 위도우’ 같은 대작은 개봉 연기를 발표했고 올해 안에 관객과 만날 수 있을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문화계의 쏠림 현상은 한동안 가속화될 것이다. 영화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를 택한 것처럼 ‘뉴노멀(새로운 정상)’이 속속 등장할 테다.

독일은 프리랜서라면 누구든 소득에 관계없이 5000유로를 지급했다고 한다. 모든 분야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프리랜서인 예술인에게도 정부가 눈길을 줬으면 좋겠다. 연결된 세계, 누구나 예술에서 위안을 받고 있지 않은가.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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